[윤미숙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 논의를 재개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해내기까지는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회의는 지난 9월 23일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연 이후 여야 간사 간 접촉을 제외하면 두 달 만에 열렸다.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 시한(11월13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스스로 정한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 시한(11월20일)을 모두 넘긴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조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쟁점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한 '네 탓 공방'도 빠지지 않았다.
◆與 "권역별 비례대표제 못 받아, 선거구 획정 방해 말아야"
이날 회의에서 특히 쟁점이 된 것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다.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는 역사 속에서는 당장 도입이 어렵다"며 "정부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면 20대 국회에서도 논의할 수 있고 19대 국회에서도 선거구 획정 문제와 달리 논의할 수 있는데, 여당에서 받을 수 없다는데도 계속 주장하면 선거구 획정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많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훌륭하지만, 비례대표 선임 방식은 국민 스스로 뽑는 게 아니다"라며 "심하게 말하면 과거 권력자의 전리품이었다는 비판이 많다"고 주장했다.
여상규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절대선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 국민들 여론을 보면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데 그걸 강화하는 취지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野 "야당이 양보하는데 여당이 거부"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비례대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거 제도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내년 총선이 부담스럽다면 21대부터 도입하자는 수정 제안도 해 봤고, 이병석 위원장이 제안한 균형의석 제도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한다면 균형의석 제안을 받겠다는 여당 대표의 제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거부당했다"며 "야당은 계속 양보하면서 합의에 근접해 가는데 거부하는 것은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당과 시민사회, 학계가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농어촌 지역 대표성 주장도 허언에 불과하다는 평가"라며 "20대 국회에 도입할 수 없더라도 21대 국회에는 도입해 보자는 총론적 합의가 있으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개특위는 전체회의에 이어 공직선거법심사소위를 열고 선거구 획정 기준과 관련한 세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이 같은 여야 공방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국회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농어촌 지역구 감소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장윤석 의원은 발언권을 요구하다 얻지 못하자 마이크 없이 "정개특위에서 농어촌 지역,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많이 배려해 달라. 농어촌 선거구에 대한 요청을 양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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