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무산을 둘러싼 여야의 네 탓 공방이 '배후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야는 협상 결렬의 배후에 청와대와 친박계, 새정치민주연합 친노계가 있다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포문은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열었다. 그는 13일 선거구 획정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돌리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비노계의 탈당을 막았던 친노 세력들이 선거구 획정을 무산시키면서 또 비노계의 정치행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지도체제개편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면 문재인 대표 제체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비노 측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당 내홍이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 문 대표 등 친노 측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인식이다.
조 의원은 "이제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친노 프레임만 벗으면 (선거구 획정은) 하루 만에 다 해결된다"고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조 수석부대표가 선거구 협상 결렬의 책임과 관련해 '친노 때문'이라는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다"며 "이는 지난 3일 간 성실하게 협상에 임한 야당에 대한 졸렬한 이간질이자 기본적 정치 도의를 망각한 거짓 선동"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백기투항'을 요구했다고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21대 총선부터 적용하자는 제안도,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의 '균형의석 제도' 중재안도 거부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또, 김 의원은 또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응한다면 이 위원장의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한 것을 두고 "어찌된 영문인지, '진박'의 힘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제안 후 2~3시간만에 입장을 뒤바꿨다"며 "협상 내용을 일일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재가를 얻어야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선거구 획정 협상에 청와대와 '진박' 세력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취지다. '진박'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한 이후 생겨난 신조어로, 친박계 가운데서도 임기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을 지지할 세력을 의미한다.
앞서 전병헌 최고위원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총선과 관련된 협상에 '보이지 않는 손'이 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약관화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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