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의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역구 인구 편차를 현행 3:1에서 2:1로 조정토록 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하면 지역구 의석수가 적게는 한 자릿수에서 많게는 두 자릿수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 역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와 맞물려 있다.
논의의 중심이 될 선관위 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재설정해 비례대표를 100명 안팎까지 늘리고 이를 전국 6개 권역별로 할당,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도록 했다. 이 경우 지역구 의석수는 200석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필요성이 공공연히 거론돼 왔지만,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공론화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태였다.
◆새정치發 의원 정수 확대 논란, 당내에서도 이견
포문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열었다. 혁신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당론 수용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369석(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123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혁신위는 국민적 비판 여론을 고려, 국회 총예산 동결을 전제로 내걸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선관위의 제안이 현실화되면 영남과 호남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독과점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이념과 정책 중심의 군소정당들이 유력 정당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 정수를 390명(지역구 260석, 비례대표 130석)으로 늘리는 대신 세비를 반값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당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영남 지역에서 야권 표가 25~30% 나오는데 의석은 한 석도 없다.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겪는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매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당내 논란도 불거졌다. 문재인 대표는 "지금 이 시기에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비노계인 조경태 의원은 "혁신하라고 만들었는데 의원수 늘리자는 건 반혁신"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 주장이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에 부채질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與 "개탄스러운 발상"…정개특위 논의 난항 예고
새누리당은 국민 정서 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한편,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여야 동시 실시를 거듭 제안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는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릴 때가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 국회에 대해 강력한 정치쇄신과 개혁을 이뤄내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 지방자치에 더욱 힘을 쏟아야지 국회의원 비대화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의 발상은 개탄스럽다"며 "과연 국민 신뢰를 받으려는 것인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정개특위는 이날 공직선거법심사소위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과 함께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커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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