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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상처뿐인 6개월 세탁기 전쟁 '종전'


명분 버리고 실리 택해···글로벌 1위 향해 '정진'

[민혜정기자] '실시간 입장 자료 배포, 고소와 맞고소, 동영상 공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여섯달 간 벌인 세탁기 전쟁의 종전을 선언했다.

삼성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피소되며 시작된 두 회사의 공방은 고소와 맞고소로 이어지며 얼굴을 붉히는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업체이자, 올해 글로벌 가전 1위를 목표로 한 두회사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러나 조성진 사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두 회사는 전격 화해하기로 했다. 요란하게 집안싸움을 벌인 두 회사의 세탁기 공방이 막을 내린 순간이다.

31일 LG전자·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는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안에는 삼성과 LG가 세탁기 파손 공방이 포함됐다.

합의안 발표전 최근 삼성과 LG의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지난 27일 열리기로 했던 조성진 사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이 LG전자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17일로 연기된 것.

당시 LG전자는 추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있어 연기를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삼성과 합의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박과 재반박···CCTV까지 공개된 세탁기 파손 공방

삼성과 LG 세탁기 전쟁의 발단은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IFA 2014 개막을 앞두고 현지 가전 양판점에서 자사 세탁기 도어 힌지 부분을 고의로 파손했다며 이를 검찰에 고소했다. LG전자도 삼성전자 임직원이 증거물인 세탁기를 파손해 증거를 조작했다며 맞고소 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LG전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연말 조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2월 검찰의 요청으로 두 회사의 변호인단이 회동,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렬됐고 조성진 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임원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조성진 사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탁기 파손 당시 모습이 찍힌 CCTV를 전격 공개, 삼성과 LG의 세탁기 공방은 여론 심판대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기간동안 공격적으로 가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가전 사업 수장의 세탁기 주도권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기자들과 만날 때 세탁기 신제품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반응을 가장 먼저 전했고, 조성진 사장은 7년 연속 세계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이 같은 싸움을 벌이는 동안 국내외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한 외국계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도 삼성과 LG의 세탁기 공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치열한 시장환경 속에서 법적 분쟁을 피하긴 힘들지만, 두 회사의 경우 감정싸움이 극단으로 치달은 형태라 소모적인 갈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부근 vs 조성진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이 같이 두 회사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사이 국내 가전업체를 둘러싼 시장 환경은 나빠졌다.

월풀,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M&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월풀은 글로벌 가전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삼성, LG 전자는 지난해 마케팅비 증가, 환율 영향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따라 두 회사는 자존심을 접고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가전 1위를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집안싸움에 매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결정"이라며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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