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내달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를 코앞에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공방이 확전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독일에서 자사의 세탁기를 파손했다며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비롯한 LG임직원을 고소하자, 이번엔 LG전자가 세탁기를 파손한 사람이 LG전자 임직원인지 불분명하다며 삼성전자 임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에따라 CES 목전에 한국의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얼굴을 붉히는 형국이됐다.
21일 LG전자는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삼성전자 임직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훼손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세탁기를 파손시킨 사람이 LG임직원인지 불분명 하다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세탁기가 삼성전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와 동일한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만약 동일한 세탁기라면 증거물로 제출되기 이전에 훼손이 있었다는 것이므로 형사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훼손, 즉 증거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는 삼성전자가 특정 매장(자툰 유로파센터)에서 파손됐다고 주장한 세탁기를 증거물로 제출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해 왔다"며 " 지난 9월11일 매장 측으로부터 증거물을 넘겨 받은 삼성전자는 증거물 제출을 계속 미루다가 최근에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두 곳의 매장에 진열되었던 특정 세탁기를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파손했다고 주장,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재물손괴 사건의 핵심은 훼손된 증거물인데, 누구에 의해 증거물이 훼손됐는지, 혹은 조작이 됐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삼성전자가 독일 검찰에 LG전자 임원을 고소한 사건의 경우, 현지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조성진 사장이 검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출국금지가 내려졌다는 보도에 대해 CES 이후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성진 사장이 CES에 참석하기 때문에 CES이후에 검찰에 언제라도 출석하겠다고 요청했다"며 "출국금지와 관련해선 본인이 출입국관리사무에 확인을 해야 하는데 (21일이) 공휴일이라 현재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LG전자는 독일 검찰의 불기소결정 관련, 수사 자료를 이 사건을 수사중인 한국 검찰에 제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조성진 사장의 출석 연기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올바른 경쟁질서 확립" VS "글로벌 1위 흡집내기"
삼성전자는 지난 9월 LG전자의 조성진 사장과 세탁기 담당 임원 등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조 사장이 베를린 시내 유로파센터 슈티클리츠 매장에서 자사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파손하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독일 IFA 개막 직전 LG전자 간부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세탁기를 독일의 한 양판점에서 고의로 파손했다는 주장이 제기, 현지 경찰이 개입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가전 및 정보기술 업체와 전력을 다해 경쟁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 업체 최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 간의 올바른 경쟁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에 대한 흡집내기 아니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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