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기자] 중국 IT(정보기술)업체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가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증권가에서 내놓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레노버의 해외 진출 강화로 LG전자, 삼성전자 등에 부담이 될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레노버가 기대한 인수 효과를 보기 어려워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LG전자에 '부정적', 삼성전자는 글쎄···
먼저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가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LG전자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중론이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일 "레노버의 제조 경쟁력과 M&A(인수합병)로 인한 브랜드 시너지, 그리고 지역적인 확장 효과 등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며 "당장 1~2년은 몰라도 5~10년 정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M&A는 스마트폰 산업, 특히 국내 업체들에 적잖은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전자에 대해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일단 스마트폰 점유율 3위라는 LG전자의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레노버가 미국의 대표 브랜드였던 모토로라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과 중남미 시장 공략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중남미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LG전자와 레노보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휴대폰 업체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며 "특히 중화권 업체들과 3위권 다툼을 하고 있는 LG전자에는 부정적 뉴스"라고 봤다.
삼성전자에 대해 IBK투자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모토로라를 품은 레노버는 삼성전자에도 부담스러운 변수"라며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M&A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아이엠투자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삼성전자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구글과 10년간 크로스 라이선싱 계약을 했듯이 향후 양사의 협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모토로라 브랜드 이미지 이미 훼손···영향 없다
반면에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가 기대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적어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레노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모토로라는 북미(2013년 3분기 기준 점유율 4%)와 중남미(점유율 7.2%)를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철수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모토로라가 작년에 생산기지의 대부분을 텍사스 포트워스로 이전했기 때문에 두 회사의 결합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모토로라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들의 소유권은 구글이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레노버가 특허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을 감안하면 레노버는 여전히 특허 경쟁력에서 열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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