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내수시장의 지속되는 침체로 준중형 이하 차량 판매가 주를 이룬데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자동차 판매 대수는 늘었는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폭은 21%에 달해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의 감소폭(7.7%)의 3배에 이른다.
다만 분기 기준으로는 2분기 해외시장 판매 호조와 환율 안정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했다. 환율쇼크와 노조의 특근거부, 미국 리콜사태 등 악재가 겹쳤던 전 분기보다 대폭 실적이 호전됐다.
기아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 상반기 매출액 24조1천974억원, 영업이익 1조8천305억원, 세전이익 2조4천399억원, 당기순이익 1조9천648억원(IFRS 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내수 및 수출 판매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화 절상(-3.1%), 준중형 이하 차급 확대(52.7%→53.4%)에 따른 판매믹스 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0.6%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시장경쟁력 강화에 따른 양적· 질적 성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특근 거부에 따른 국내공장 가동률 하락 및 가공비 증가, 1분기 일회성 리콜 비용 등의 요인으로 21.0% 줄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대인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전년동기(9.5%)보다 1.9%포인트 가량 떨어진 7.6%를 기록했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관계회사 투자 손익 감소와 지난해 상반기 발생한 현대위아 처분이익 영향 등으로 금융손익이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20.6%, 14.5% 감소했다. 기아차의 올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91.9%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기아차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현대차의 3배에 달한다.
이는 국내 생산비중과 소형차 비중이 높은 기아차가 환율 등 대외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2분기에는 매출액 13조1천126억, 영업이익 1조1천264억을 기록, 전분기 대비 각각 18.3%, 60.0% 증가하며 선방했다.
기아차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이다. 분기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6.4%에서 8.6%로 올라섰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경기침체와 원화강세, 엔화약세 등 어려운 경영 여건 하에서도 해외시장에서 내수 판매 감소 분을 만회하고 지속적인 '제값 받기'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영업이익률 7.6%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K3, K5, K7 등 K시리즈를 비롯한 스포티지R, 프라이드 등 주요 차종의 판매호조와 브랜드 이미지 상승 영향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한 144만5천대(출고기준, 해외공장 생산분 포함)를 판매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최대 실적이며, 올해 목표 판매량(275만대)의 53%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노조의 특근거부 등의 영향으로 국내공장생산 분은 81만8천대로 3.9% 감소했지만, 해외공장은 현지생산 차종의 판매호조를 바탕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한 62만7천대를 판매해 국내공장 감소 분을 만회했다.
기아차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경영환경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경제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및 중국의 저성장 안정화 정책으로 글로벌 주요 시장 자동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해외시장에서 높아진 제품 및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현 위기상황을 근본적인 기업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특히 하반기에도 '제값 받기'를 통한 내실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환경 변화에 철저히 대비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스포티지 개조차 및 쏘울 신차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미국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신차 마케팅으로 업체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기존 K3, K2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고, 현지 전략차종 출시 및 공격적인 딜러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기타 시장에서도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통해 판매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