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위기에 처했다.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이 8% 성장하며 오랫만에 수요를 회복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GM·포드·도요타 등 미국과 일본 경쟁업체들이 모두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 중 유일하게 현대기아차만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작년 상반기 8.9%였던 시장 점유율 역시 8.2%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해외 주요 경쟁업체들에 밀리며 추락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영향력이 적지 않은 '3재(三災)'가 겹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저 바람을 타고 일본 경쟁업체들이 매섭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최근 잦은 리콜 상태로 품질 문제가 불거졌으며, 노조의 파업과 주말특근 거부 등으로 생산성 또한 상당히 떨어져 하락세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1% 감소한 63만8천361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36만1천10대로 1% 증가한 반면 기아차의 판매대수는 27만7천451대로 4%나 줄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 역시 8.2%를 기록, 0.8%p 감소했다.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5%에서 4.6%로, 기아차는 4%에서 3.6%로 각각 0.4%p 감소했다.
이반면에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였다. 미국 시장 1위를 달리는 포드가 128만9천736대를 판매, 14% 성장했고, GM과 크라이슬러의 판매대수도 각각 8%(142만346대), 9%(90만8천332대) 늘어나는 등 미국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는 일본 업체들의 성장세 역시 가속화 추세다. 엔저 수혜를 등에 업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빅3의 판매대수도 각각 6%(110만8천791대), 7%(74만5천578대), 9%(62만4천709대) 증가했다. 이들 3개 브랜드는 지난 6월에도 두자릿수대 성장폭을 달성했다.
이밖에 BMW와 벤츠의 판매대수도 각각 11%, 10% 성장해 독일 완성차도 약진했다.
한편 상반기 마지막달인 6월을 기준으로 할 때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대수는 11만5천543대로 전년동월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6만7대로 1.9% 증가했지만 기아차의 판매대수는 1.5% 감소한 5만536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6월 점유율 역시 8.2%로 전년동월(9.0%)보다 0.8% 떨어졌다.
엔저를 등에 업고 7개 차종 가격을 최대 4천400달러(500만원) 인하한 닛산은 5월(24.7%)에 이어 6월(12.9%)에도 판매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줄어든 것은 일본업체들의 할인마케팅 등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주말특근 미실시로 인한 수출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리콜로 인한 품질 문제도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주말특근이 재개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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