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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인텔과 '가리봉 프로젝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대규모 와인 생산지 '나파밸리'를 만나게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나파와 함께 소노마밸리가 잘 알려져 있다. 품질이 좋은데도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아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한다.

와인 애호가나 미국에 살지 않는데도 이런 이름들을 한두 번쯤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2000년 대 중반 노트북 시장을 이끌었던 인텔의 센트리노 플랫폼이 언론에 소노마 노트북, 나파 노트북으로 자주 소개된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은 새로운 CPU를 개발하면 중간에 코드명을 붙여 일하는데, 대개 미국의 중소도시나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4일(현지시각) 인텔은 2년여 동안 공을 들인 스마트폰용 플랫폼 '코드명 무어스타운(moores town)'을 공개했다.

무어스타운은 CPU에 그래픽 기능과 메모리, 디스플레이 콘트롤러를 합치고 전력관리를 해주는 기능을 하나의 세트로 구성한 제품이다. 이것 역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국의 어느 중소 도시의 이름과 같다.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컴퓨터 부품회사 개발자들의 '작은 아이디어'로 인해 미국 중소도시나 지역 명칭이 컴퓨터를 타고 전세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재미없는 숫자나 알파벳으로 나열된 이름보다 독특한 이름이 기억하기도 쉽다.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인텔 못지 않은 정상급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파브나 보르도, 캔버스와 아르마니, 혹은 갤럭시 같은 남의 것들만 가득 차 있다.

"김대리, 가리봉 프로젝트 어찌됐나?"

"부장님, 전무님이 불광에 신경 쓰라 해서 아직 못했습니다."

"허허, 아무리 그래도 가리봉이 먼저지 이 사람아."

그러면 외신은 이렇게 전하게 될 것이다.

"쌤쏭이 세계 최초로 '쓰리디 가리봉 티브이'를 출시했다."

"엘쥐가 세계 최고의 '사랑해요 막걸리폰'을 출시했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샌프란시스코=강호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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