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개입으로 양당 원내대표 합의가 무산된 이후 국회 파행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에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합의가 무산된 이후 냉각기를 갖고 6일부터 다시 민주당과의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여당과의 협상보다는 청와대를 상대로 할 뜻을 밝히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더구나 청와대의 개입으로 협상이 무산되면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상당히 상처를 입었다. 이는 이후 협상에서 여당의 힘을 상당히 빼면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상당부분 청와대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더욱 야당의 파상공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홍 원내대표를 감싸며 힘을 실고 있다. 박 대표는 4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야당은 하나 요구해서 하나 들어주면 또 요구하는 백화점식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원내대표를 두 차례 했지만 항상 상대방에서는 한 보따리 싸가려는 것처럼 엄청난 요구를 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면서 "홍 원내대표가 열심히 하리라 믿는다. 여러분들도 홍 대표에게 많은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부터 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안을 가능하면 확정짓도록 하겠다"면서 "지난 목요일에 한 협상 내용을 앞으로 벗어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상임위원 배분과 상임위원장 문제를 최고위원 들과 의논해서 내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야당과 청와대의 문제로 바뀌었다"라면서 "청와대가 빠지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할 수 없는 구도가 됐다"고 공격하면서 청와대를 상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4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장시간 만나 어렵사리 합의한 사항을 청와대가 무산했다"면서 "이는 여야 합의라는 국회 운영 틀을 청와대가 깬 것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지금 이 상황은 청와대와 국회의 문제가 돼 버렸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가 국회 일에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지금으로서는 언제 국회 정상화가 될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여야의 문제였는데 청와대가 끼어들어 상황이 얽혔다"면서 "우리당도 청와대를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장관 임명을 청와대가 강행하면 이후 감사원장, 대법관 인사청문회와 추경편성 등의 현안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국회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부담은 청와대와 정부가 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야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오는 6일 야당의 인사청문특위 구성 요구에도 불구하고 교육, 농림,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방침으로 있다.
또한, 7일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나 사퇴권고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당 간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들이 연달이 있어 국회 파행은 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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