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박 증권입니다. 고객님은 카드론 대출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카드번호와 주민번호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은 회사원 김씨. 마침 전세자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고민하던 차에 카드론 대출이라는 설명에 솔깃했다.
하지만 '왜 증권사에서 카드론 대출을 하는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휴대폰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곳은 증권사 고객지원센터가 맞았다. 하지만 그런 안내를 한 적이 없다고 상담원은 답했다.
김씨는 그제서야 이게 요즘 유행한다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자칫 카드계좌를 불러줬다가 큰 낭패를 볼뻔했던 셈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화금융 사기, 즉 보이스피싱에 증권업종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각 증권사들은 이같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공지를 통해 이처럼 증권사 고객센터를 사칭, '카드론 대출'을 권하는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이달 중순부터 같은 내용의 공지시항을 통해 고객과 투자자들이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한 상황.
카드대출? 증권사도 황당…주의 요망
증권사에는 대출 기능이 없어 '카드론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외부 금융기관과 연계한 대출이 있을 수는 있어도 자체적인 대출기능은 없는 것.
그런데도 증권사를 내세운 이같은 보이스피싱문제로 업계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공지는 물론 영업점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이 노출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 등을 당부하고 나섰다.
현대증권은 지난 20일부터 이같은 사기에 주의할 것을 공지한 상태고 우리투자증권은 아예 일반적인 보이스피싱에 사례를 들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접수되진 않았지만 미래에셋증권도 보이스피싱관련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 이미 작년말 홈페이지등에 팝업 등 형태로 이를 공지하고 지난 1월에는 영업점에 공문을 발송, 전직원의 주의도 당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증권사는 이같은 최소한의 고객 보호조치 마저 없어 주의가 요망된다.
실제 27일 현재 삼성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많은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증권사들은 보이스 피싱에 대한 유의 사항을 공지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자율규제기관인 한국증권업협회도 이같은 보이스피싱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측은 "회원사들에게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공지 사항을 내려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협회직원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한 보이스피싱을 정작 고객인 투자자들에게 주의 당부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셈이다.
백종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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