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는 각각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디지털기기 저장장치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규모를 보면 HDD는 296억달러(IDC 집계)에 이른 반면, SSD는 560만달러(삼성전자 추산)에 그쳤다. 그러나 SSD는 소비전력과 소음, 충격, 발열 등에서 한 발 앞서 있으며 가격, 용량 등 HDD의 강점 또한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또 이제 시장 진입단계로 성장성 도 높을 것이란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D램 시장과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는 HDD 업계 역시 가격과 용량의 절대적인 우위는 물론, 상대적인 약점을 빠르게 만회하며 시장 수성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소비전력 ↓ 안정성 ↑…SSD의 매력
지난 2005년 삼성전자가 처음 만들어낸 SSD는 낸드플래시메모리와 정보제어 역할을 하는 콘트롤러의 결합으로 다양한 강점을 선보였다. 빠르게 회전하는 플래터(자기디스크) 위에 미세한 차이로 헤드가 떠서 정보를 읽는 HDD보다 소비전력, 발열, 소음은 물론 외부충격에 견디는 안정성도 높게 나타났던 것.
서버용 SSD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오픈네트써비스에 따르면 SSD는 1.5와트(W)의 고른 전압을 사용하지만, HDD는 이보다 훨씬 높은 9~13W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는 HDD 기술의 발달로 PC의 경우 전체 시스템 내에서 사용하는 HDD의 전력 비중이 10~2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 1분이라도 배터리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휴대형기기 분야에 있어 SSD의 매력은 HDD보다 크게 높다고 할 수 있다. SSD는 소음이 전혀 없고, 발열과 충격 등 면에서도 HDD보다 월등히 나은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 1956년 IBM이 처음 HDD를 만들어낸데 이어 수십년에 걸쳐 기술을 축적해온 HDD의 반격도 만만찮다. 세계 2위 HDD업체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소비전력과 소음,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인 '그린파워' HDD 제품을 선보였다. 최대 1테라바이트(TB) 용량을 자랑하는 이 제품군은 '인텔리파워(IntelliPower)' 같은 다양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HDD의 상대적인 단점을 줄였다.
혜성같은 SSD의 등장으로 일부 소비자에게 HDD가 꽤 열등한 장치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HDD 업계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점들을 빠르게 제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스토리사업부의 박노열 상무는 "플래터와 헤드가 10나노 사이에서 기록을 읽어내는 HDD는 대형 항공기가 1.5㎜로 떠서 비행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는 표현으로 HDD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가격·용량은 HDD가 '한수 위'
'난다 긴다'하는 SSD지만 가격과 용량 앞에 서면 HDD의 위세에 눌릴 수밖에 없다. 현재 SSD는 128GB까지 상용화되고 있지만, 주력제품은 32GB와 64GB 용량을 보이고 있다.
반면 데스크톱과 노트북 PC 시장에서 HDD는 올해 160GB와 250GB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고, 내년엔 320GB 용량이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1TB 제품까지 나와 일반 PC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거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
가격 또한 HDD는 일반 매장에서 100GB 이상 제품을 10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지만, SSD는 용도에 따라 100GB 미만 제품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고 있다. 최근 샌디스크는 세계 1위 메모리카드 회사란 명성에 걸맞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64GB 제품을 내놓았으나, 이 또한 미국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549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최초 HDD가 5메가바이트(MB) 용량의 24인치 크기로 나왔을 때 HDD 용량이 1TB, 크기는 1인치 이하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 삼성전자가 지난 2005년 처음 만들어낸 SSD의 용량이 16GB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과 용량 면에서 SSD의 추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SSD의 부품으로 높은 가격 비중을 차지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은 매년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이는 삼성전자, 도시바, 하이닉스반도체 등 낸드플래시 선두업체들이 제조과정에 50나노급까지 미세공정을 도입하는가 하면, 국내외로 생산시설을 확충해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 또 멀티 레벨 셀(MLC)처럼 용량을 기존 제품 대비 2배로 늘리는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낸드플래시 판매가격 하락을 점치게 하는 요소다.
오픈네트써비스의 이기택 이사는 "과거 HDD도 100GB 미만 제품이 500만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됐었다"며 "향후 P램같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가 상용화되면 가격 및 용량 면에서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무게는 '막상막하' 대결
일반적으로 속도는 SSD가 HDD보다 훨등히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좀 다르다.
보통 속도 면에서 읽기는 SSD가, 쓰기는 HDD가 더 빠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에서 동일 용량 및 크기의 삼성전자 HDD와 일반 SSD를 테스트한 결과 읽기는 SSD가 초당 58MB(MB/s)로 HDD(39MB/s)보다 빨랐지만, 쓰기는 HDD가 38MB/s로 SSD(26MB/s)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일부 네티즌 사이 PC를 10초만에 부팅시키는 SSD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고성능 콘트롤러를 장착한 SSD만이 가능한 일이다. 일반 HDD와 SSD 탑재 PC의 부팅속도 차이는 미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SSD에서 콘트롤러는 낸드플래시에 정보를 전달해서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칩으로, SSD의 '두뇌'와 같은 기능하는 한다. HDD의 헤드와 같은 역할을 하며, SSD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다.
고성능 콘트롤러를 자체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엠트론은 최근 읽기속도가 100MB/s, 쓰기속도는 80MB/s에 이르는 자사 SSD 제품에 대해 시연을 했다. 이 SSD를 탑재한 노트북은 같은 용량 및 크기의 HDD 탑재 노트북보다 월등히 빠른 부팅속도를 보였다.
이밖에 HDD와 SSD는 무게와 두께 면에서도 우위를 가리기 어려운 상태다. 삼성전자의 테스트 결과 64GB 용량의 HDD 무게는 43.5그램(g)이었지만, SSD는 32GB가 46g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HDD는 단단한 철제로 둘러싸인 고용량 제품이란 점에서 무거울 것이란 인식과 달리, 무게와 두께 면에서 일부 SSD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SSD의 경우 현재 HDD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크기를 1.8인치, 2.5인치, 3.5인치 등으로 HDD와 맞추고 있다. 하지만 향후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PMP)나 노트북 등 시장을 장악할 경우 구태여 크기를 맞출 필요 없이 더 작은 형태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무게와 두께 등의 차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운 상태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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