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 저장장치 시장이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이전엔 플래시메모리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각각 소형과 중대형 저장장치 역할을 나눠 맡았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가 결합된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들어 SSD의 상용화 및 대용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HDD 시장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뉴스24는 'SSD vs HDD' 시리즈를 통해 저장장치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최근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는 SSD는 보통 1.8인치, 2.5인치, 3.5인치 크기로 만들어진다. 크기에 제한을 받지 않는 SSD가 HDD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현재 HDD의 영역을 파고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HDD 진영은 기존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SSD라는 신흥세력에 맞서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SSD와 HDD의 시장 다툼은 일단 '게릴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0여년에 걸쳐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한 HDD 업계는 상대적으로 뒤지는 소비전력·충격·소음 등 요소들을 낮은 가격과 대용량화로 대응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다방면의 강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다는 흠을 지닌 SSD 진영은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PMP)와 노트북을 중심으로 중소형 디지털 기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또 서버 및 군수·항공·선박 등 특수 분야에도 뛰어들어 우수한 성능을 무기로 가격 약점을 메우고 있다.
◆'낸드+낸드+콘트롤러'…혜성같은 SSD의 등장
SSD는 지난 2005년 5월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선을 보이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8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메모리 16개를 결합한 16기가바이트(GB) 제품을 포함해 4~16GB SSD 4종을 선보였다. 각 제품은 낸드플래시와 함께 SSD의 성능을 좌우하는 콘트롤러가 결합해 탄생됐다.
물론 SSD도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같은 용량 제품에서 가격이 HDD에 비해 많게는 10배 이상 높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저장장치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SSD는 고가라는 약점이 걸림돌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도시바, 하이닉스반도체 등 낸드플래시 상위업체 간 미세공정 도입과 생산라인 확대 경쟁은 낸드플래시 가격의 점진적인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SSD 업계의 기대다.
◆'때가왔다!'…SSD 업계 '춘추전국시대'로
SSD 업체들의 바람대로 올해 초 낸드플래시 가격은 D램과 함께 급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Gb 멀티레벨셀(MLC)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월 35.8달러에 이르렀다가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2월 5.06달러까지 주저 앉았다. 8월 현재 이 제품 가격은 메모리반도체 경기에 따른 주기와 함께 9.02달러까지 회복됐지만, 하락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움츠렸던 SSD 업체들이 시장에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세계 메모리카드 1위 업체인 샌디스크는 지난 1월 32GB SSD를 공개한데 이어, 최근 1.8인치~2.5인치 크기의 32GB, 64GB SSD를 각각 출시하고 제품 공급에 나섰다.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 인텔도 올해 들어 1GB, 2GB, 4GB 제품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SSD 시장 내에서도 작은 용량의 제품에 집중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얇은 51나노의 공정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결합해, 1.8인치 크기의 64GB SSD를 지난 6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노트북 및 PMP 업체들과 손을 잡고 제품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 전문업체 슈퍼탤런트는 웬만한 HDD 용량에 견주는 128GB 제품을 내놓고 지난 4월부터 영업에 나섰다. 여기에 대만의 PQI, 라이텍, 킹스톤, 트랜센드, 원칩, 트윈모스 등 반도체 업체들도 16~128GB의 다양한 SSD를 선보이며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국내에서 엠트론, 뉴틸메카, 오픈네트써비스, 명정보기술 등 중소기업 역시 독창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해 일반 노트북·PC 및 서버·군수·항공·선박 등 특수 분야 공략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핵심 콘트롤러 기술 보유업체 10여곳을 포함해 50여개의 국내외 기업들이 SSD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1.8인치-모바일 영역 '불붙은 전쟁'
높은 가격 때문에 SSD가 HDD 시장을 넘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오래지 않아 옛말이 됐다. 최근 PMP와 울트라 모바일PC(UMPC)에 SSD가 장착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SSD를 탑재한 노트북도 속속 선을 보이며 HDD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 후지쯔, 도시바, 소니, HP같은 주요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삼성전자와 샌디스크 등으로부터 32GB~64GB 제품을 공급받아 SSD 탑재 노트북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라온디지털이 조만간 SSD 탑재 UMPC를 내놓는 것을 비롯해, 국내외 다수 PMP 업체들도 하반기 HDD 대신 SSD를 저장장치로 쓴 제품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용량을 1테라바이트(TB)까지 확대해 SSD 진영과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던 HDD 업체들은 당장 1.8인치 크기의 제품과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SSD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4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1.8인치 크기의 128GB SSD도 내놓을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오는 2010년 HDD 시장규모가 수량은 6억2천만대, 금액은 354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각각 43%, 20%가 각각 증가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HDD 업계는 2.5인치와 3.5인치 시장에서 여전히 용량 및 가격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시장을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의 박노열 상무는 "현재 1.8인치 이하의 영역에서 HDD와 SSD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이러한 양상은 점차 2.5인치까지 확대될 전망이나, 이러한 과정에서 HDD와 SSD가 고유의 영역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오는 2009년 말경 전체 노트북 가운데 하이브리드 HDD(SSD의 장점을 결합한 HDD) 및 SSD를 탑재한 제품의 비중이 일반 HDD 채용 제품의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노트북을 비롯한 중소형 디지털기기 시장에서 HDD와 SSD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량 기준 2만2천대, 560만달러 규모에 그쳤던 세계 SSD 시장은 오는 2010년 9천만대, 68억2천600만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수요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권해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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