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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조용한 밤하늘' 어디 없나요 [지금은 우주]


황나래 천문연 박사 “인공위성 빛 공해 심각, 해법 필요”

현재 지구 대기권은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진=AstriaGraph]
현재 지구 대기권은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진=AstriaGraph]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하급수적이다. 인공위성 수가 급증하고 있다. 발생하는 빛 공해와 대기권 환경 오염에 대해 지금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러다 밤하늘의 별빛 대신 인공위성 빛이 지구 대기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인공위성 수를 시기별로 비교해 봐도 급증하는 추세는 가파르다. 2019년 5월, 인공위성은 약 2200개였다. 2023년 11월 6800개로 늘었다. 4년 사이에 3배 급증한 규모이다.

2024년 9월 말엔 1만개를 돌파하더니 2024년 말 기준 총 인공위성 개수는 약 1만3000개에 이른다. 추적이 가능한 우주쓰레기(junk)만 약 3만개에 이른다.

현재 지구 대기권은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진=AstriaGraph]
인공위성 수는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사진=황나래 박사 제공]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접수된 인공위성 주파수 배정 신청 건을 보면 2024년 기준 100만건을 초과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이전에 미리 주파수를 배정받기 위한 절차이다. 이 모든 신청이 발사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현재 인공위성(약 1만3000개)보다 최소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대기권이 인공위성으로 ‘교통체증 아닌 체증’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제천문연맹은 이 같은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어둡고 조용한 하늘 지킴이 센터(IAU Centre for the Protection of the Dark and Quiet Skies from Satellite Constellation Interference, IAU CPS)’를 설립했다. 2022년 8월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천문연맹총회(IAU GA)에서 지킴이 센터 발족식이 열렸다.

UN 우주의평화적이용위원회(COPUOS)는 지난해 6월 ‘어둡고 조용한 하늘, 천문학과 거대군집위성, 새롭게 드러나는 현안과 난제’ 안건을 과학기술소위원회(STSC) 의제로 공식 채택했다.

우리나라 대표단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고 있는 황나래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박사를 6일 만났다. 황 박사는 “운영 중인 인공위성 수가 많아질수록 대기권 재진입으로 ‘폐기’되는 인공위성도 많아진다”며 “알루미늄, 리튬 등의 금속 입자가 상층대기에 점진적으로 누적돼 상층대기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위성이 부서지며 만들어지는 조그만 미세 금속 입자가 지구가 받는 태양 빛의 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세 금속 입자가 태양 빛을 산란해서 지구 전체의 밤하늘 밝기에 영향을 주고 별을 관측하는데 빛 공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구 대기권은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진=AstriaGraph]
칠레 블랑코천문대에서 관측한 별빛. 중간에 사선으로 이어지는 인공위성 빛이 방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블랑코천문대]

다음은 황 박사와 일문일답.

-DQS(Dark and Quiet Skies) 목소리를 낸 배경이 궁금하다.

“천문학자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천문학회 장기발전계획위원회에서 지상광학관측시설 워킹그룹을 담당하고 있다. 21세기 뉴스페이스 시대를 사는 개인으로서도 우주개발로 인해 미래세대가 우주 환경이 오염된 시대를 살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모두를 위한 천문학 정신(Astronomy for All)’에 입각해서 가난하든, 부자든 밤에 뒤뜰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상하고 천문학에 대해 생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DQS 보호는 이러한 모든 인류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인공위성으로 인한 빛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싶다.

“천체사진가는 이미 인공위성으로 인한 영향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성우 관측자도 마찬가지이다. 전문 천체관측연구를 위한 천문대에서도 그 영향을 받고, 심지어 허블우주망원경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파망원경의 경우에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에 건설 중인 SKA의 경우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관측시설(LOFAR 등)에서 스타링크로 인한 전파 간섭(혼신)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지구 대기권은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진=AstriaGraph]
황나래 박사는 "DQS를 적절히 보호하면서 인공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best practice)을 찾아 보급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정종오 기자]

-국제천문연맹은 DQS를 위해 어떤 구체적 행동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IAU CPS 차원에서 천문학 연구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DQS 레벨을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공위성의 밝기 등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CPS에서 인공위성 운영업체와 접촉해 천문학자가 요구하는 사항과 이를 어떻게 인공위성 업체가 기술적으로 구현할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황 박사를 비롯해 외교부, 과기정통부, 우주청 등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는지.

“천문학자로서 대한민국이 현재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건설하게 될 지상의 거대광학천문대의 운영 효율성을 잘 지키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도 원칙적으로 DQS 보호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기본 방침을 밝히는 데 참여했다. 앞으로는 DQS 보호와 관련된 정책 소개와 함께 새로운 기술적 혁신으로 새로운 우주산업기회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고, 일반인들이 밤하늘의 중요성을 좀 더 높게 인식해서 국내의 광공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현재 어느 정도 규모인가. 앞으로 4만기 이상 발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심각한 수준인지.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약 7000기 정도이다. 곧 약 1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심각하고 더 심각해질 예정이다. 스타링크뿐 아니라 유럽(OneWeb 등), 중국, 한국도 비슷한 개념의 거대군집위성(Large Satellite Constellation)을 발사하고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2024년 상반기 기준 ITU에 접수된 인공위성 주파수 배정 신청 건이 100만건을 넘어섰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현재(약 1만3000개)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은 인공위성이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고 그럼 문제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DQS가 하나의 캠페인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국제적 규범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인공위성과 이로 인한 DQS 문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히 특정 국가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제적 공동 해결책 모색이 필요한 부분이다.

UN COPUOS에서 국제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AU를 넘어 UN으로까지 확대해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과정을 준비 중인지.

“UN COPUOS에서 2025~2029년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돼 있다. 이런 논의를 통해 국제적 가이드라인 혹은 규범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DQS 관련 정책이나 지향점이 궁금하다.

“나라마다 다른데 결국 인공위성 기술과 자연과학연구, 문화적 유산, (우주)환경 보호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목표가 될 것으로 본다.

첫 단계로 DQS를 적절히 보호하면서 인공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best practice)을 찾아 보급하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우주쓰레기 문제와 연관이 있을 텐데 어떻게 다룰 것인지 알려주시면.

“군집위성은 우주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군집위성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의 위성을 계속 궤도로 쏘아올려서 전체 숫자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된 위성은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소각시키는데, 발사 과정 또는 대기권 재진입 과정 등에서 잔해물이 남을 수 있다. 우주쓰레기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층대기의 중금속 오염 가능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DQS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하나의 규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인가.

“DQS가 뉴스페이스 시대와 배치되는 게 아니라 뉴스페이스 시대의 발전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고 유지하는 기본 가이드라인이 된다고 본다.

뉴스페이스로 대변되는 우주산업 측면에서 봐도 DQS로 인해 새로운 우주산업 기회가 창출된다고 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선진국 우주 산업계의 경쟁이 있을 것이다.”

-민간 우주기업들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기업은 이익 창출을 추구하고, 역사적으로 이익에만 몰두하는 기업들이 환경보호나 사회적 공익 보호에 소홀했던 사례가 많았다.

이런 역사적 실책을 우주개발 시대에 반복하지 않도록 정책적 가이드라인 설정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우주기업도 우주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의 DQS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

DQS 보호는 새로운 우주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다.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장애물(challenges) 가운데 하나이고, 당연히 고민하고 연구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UN이나 IAU의 권고사항만으로는 사기업을 제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관련 법 제정으로 이를 규제해야 할 텐데 과연 이 같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궁극적으로 각 주요 국가 단위의 법체계, 규제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는 군집위성 업체에 대해서 ‘제로 잔해물(zero debris)’ 요건, DQS와 관련한 일정 등급 요건을 충족해야만 해당 국가의 시장에 서비스할 수 있도록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지구 대기권은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진=AstriaGraph]
황나래 박사는 "미세 금속 입자가 태양 빛을 산란해서 지구 전체의 밤하늘 밝기에 영향을 주고 별을 관측하는데 빛 공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정종오 기자]

-전 세계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 같다.

“DQS 문제는 천문학자만 관계된 문제가 아니다. DQS를 유지해야 지구에 다가오는 근접지구천체를 제때 발견할 수 있다.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안전을 잘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건이다.

우주청의 국제협력관, 외교부의 국제과학기술규범과 등에서 UN COPUOS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함께 논의하며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한편 COPUOS는 △스타링크 등의 군집위성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향 공유 △국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방안 모색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 UN 전자통신연합(ITU)과 활동 정보 공유와 연대 등을 올해 2월 과기소위(STSC) 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황 박사는 “밤하늘이 잘 보호된 곳으로 우리나라는 2015년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바 있다”며 “밤하늘보호공원을 찾아 DQS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우주를 인류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발전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권했다.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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