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섬유산업의 라이벌인 코오롱과 효성이 미래 먹거리인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 시장을 놓고 28년만에 다시 맞붙었다.
◇ 한·미 양국서 특허 소송…대법원 결론 나오기까지는 최대 '4년'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효성첨단소재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로, 관련 특허 3건을 효성첨단소재가 무단으로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코오롱은 구체적으로 △영구적인 특허 침해 금지 △평가액 3배의 손해 배상 등을 청구했다. 소송금액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는 아라미드와 나일론을 꼬아 만드는 구조다. 특허공보에 따르면 기존 하이브리드 섬유 코드보다 제조가 쉬운 한편, 일반 타이어코드보다 내구성이 높고 가볍다.
앞서 국내에서는 코오롱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지난 2022년 효성첨단소재는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 특허 건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무효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일부 기각, 일부 각하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특허권을 인정 받았다. 이후 행보에 대해 효성첨단소재 측은 "항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허심판을 넘어 특허법원과 3심인 대법원까지 가게될 경우 약 3~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효성첨단소재는 특허가 무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특허의 핵심은 아라미드와 나일론을 꼬아서 만드는 제조 과정인데, 실을 꼬는 것 자체를 특허라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특허심판원에서 이미 차별성을 인정 받은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 모태 사업부터 시작된 '라이벌전'…신소재로 번졌다
코오롱과 효성의 라이벌 역사는 나일론부터 시작된다. 코오롱이 9년 앞서 한국나이롱으로 섬유산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이 등장했다.
라이벌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는 약 28년 전이다.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을 둘러싸고 국내 유일 생산업체인 '카프로'의 지분을 얻는 과정에서 경쟁이 붙었다. 1965년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카프로는 1974년 상장 당시 효성이 20.0%, 코오롱이 19.2%의 지분을 취득했다.
나일론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했던 두 기업은 지분 문제로 맞섰다. 1996년에는 코오롱 측이 효성이 차명계좌를 동원해 지분을 확보했다고 검찰에 고발해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전문경영인 체제와 지분율 유지를 조건으로 분쟁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카프로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3대 주주였던 고려합섬 지분을 효성이 전량 인수하면서 또 다시 분쟁으로 이어졌다. 수년간 이어진 기싸움은 나일론 산업의 침체와 중국산 원료 공급 증가 등 복합적인 이유로 카프로가 하락세를 타면서 서서히 잦아들었다.
두 기업은 현재까지도 80%에 달하는 사업 유사도를 가지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각 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점유율 측면에서 효성이 51%, 코오롱이 15%로 상당한 격차가 난다. 이에 코오롱 입장에서 이번 특허 분쟁을 더 양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타이어코드를 포함한 산업자재가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효성첨단소재가 약 99%, 코오롱인더스트리는 45.4%에 달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이번 특허 소송에 대해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를 사용하는 프리미업급 타이어는 매년 10.6%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특히 안전성이 중요한 타이어 제품 특성 상 조기선점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작년 경기침체로 수요가 둔화된 타이어코드는 올해 실적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첨단소재 타이어보강재 부문에 대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이후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상승으로 판매량 증가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해서도 "타이어코드는 전방 교체용 타이어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상승 등으로 증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시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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