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미국 반도체 제조기업 인텔이 내년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세계 2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자극을 받은 삼성전자가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어떤 미래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미 파운드리 1위인 TSMC에 크게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주력 고객사를 더 많이 확보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을 지도 관심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27~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세이프(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을 개최한다. 다음달에는 4일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 독일 뮌헨, 중국에서도 오프라인으로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 파운드리 포럼'은 팹리스 고객·협력사·파트너 등에 반도체 파운드리 신기술과 사업 전략을 공개하는 자리로,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파운드리 포럼'을 하는 것은 4년 만이다. 당초 2019년까지 매년 상·하반기에 나눠 진행했으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진 코로나19 여파로 1년에 한 번으로 줄여 10월에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 '파운드리 포럼'은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돼 더 주목 받았다.
이번 포럼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을 비롯해 정기태 파운드리 기술개발실장, 정상섭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등 삼성전자 주요 임원진이 발표를 진행한다. ▲글로벌 팹리스인 AMD·퀄컴 ▲삼성 파운드리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하는 앤시스·알파웨이브세미·시높시스 ▲AI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 딥엑스, 텐스토렌트 등도 세션에 함께 참여한다.
◆ 로드맵 실행 차질·파운드리 경쟁력 저하 속 해명에 '진땀'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미터(nm) 반도체를 양산했는데, 이 계획을 처음 밝힌 곳도 '파운드리 포럼'이다. 지난 2021년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GAA 기술 기반 3nm 및 2nm 공정 양산 계획과 핀펫 구조의 17nm 신공정 개발 등 새로운 기술 전략들을 소개했다. 이 때 밝힌 대로 2025년에는 GAA 기술을 2nm 공정까지 적용, 양산할 지 주목된다. 다만 올해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던 3nm 2세대 GAA 공정은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점에서 내부에선 로드맵 실행에 다소 차질을 빚는 듯한 모습이다.
이듬해 10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선 신기술보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에 집중됐다. 경쟁사인 대만 TSMC와의 4nm 대결에서 완패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5nm 공정부터 삐그덕 거리는 모습을 보이다 4nm 대표 제품인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2200'와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됐던 두 가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에 휘말리면서 성능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반도체 팹리스 잘못인지, 파운드리 탓인지 논란이 생기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신뢰도만 떨어지게 됐다"며 "이 탓에 퀄컴이 지난해 5월 업그레이드 해 출시한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TSMC 4nm 라인으로 갈아타면서 엔비디아 등 다른 고객사들의 이탈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 "TSMC보다 뒤처졌다"…파운드리 두고 경계현도 '인정'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사장도 TSMC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경 사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4nm 및 5nm 부문에서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수율 등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성능과 가격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2023년 말이면 파운드리사업부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진행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선 경 사장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났다. 노드 네이밍을 새로 정한데다 공정을 세분화 한 것이다. 특히 4nm의 경우 기존 SF4E(4LPE), SF4(4LPP) 등 2개에서 SF4P(4LPP+), SF4X(4HPC), SF4A(4LPA) 등을 추가해 5개로 늘린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사실 전년 행사에서 4nm 공정을 HPC와 오토모티브로 넓힌다고 밝혔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단 점에서 새롭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4nm 공정에서 TSMC N4 공정의 개선 버전인 N4P, N4X 등의 대항마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사 대비 먼저 도입한 3nm 로드맵에서는 애플을 등에 업은 TSMC에 비해 주력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소식은 크게 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TSMC는 '큰 손' 애플을 바탕으로 3㎚ 공정에서 높은 주문량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는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퀄컴 등 주요 고객 수주를 바탕으로 추격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경기침체와 낮은 초기 수율이 시장 확대에 다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포럼에선 경쟁사보다 먼저 첨단 공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당시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에 2nm, 2027년에 1.4nm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TSMC는 보란듯이 추격하고 있다. 연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2nm 반도체를 소량 시범 생산해 2025년부터 양산하는 것이 목표인데, 첫 고객으로 이미 애플, 엔비디아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2nm 고객사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딱히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5년 내 역전을 목표로 TSMC 추격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장점유율이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3.4%p 떨어져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포럼에서 캐파 확대 의지도 드러냈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 P4, 미국 테일러 1라인 등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최 사장은 "경기 평택 등 여러 사이트에 공장 1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며 "2024년까지 시설투자는 10배 늘리고 선단 노드와 성숙 노드 캐파를 각각 3배, 2.3배 확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쉘 퍼스트' 전략도 지난 포럼에서 처음 밝혔다. 쉘 퍼스트는 클린룸을 먼저 구축한 뒤 시장 수요와 연계해 탄력적으로 설비 투자하는 방식으로, 캐파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2라인에 해당 전략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나섰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선 TSMC에 더 밀리는 모양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5.8%에서 올해 1분기 12.4%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4억4천600만 달러로 지난해 4분기(53억9천100만 달러)보다 36.1% 줄었다.
반면 TSMC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8.5%에서 올해 1분기 60.1%로 올랐다. 특히 인공지능(AI)나 자율주행차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7나노 이하 공정에선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여기에 추격자로 나선 인텔도 문제다. 인텔은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한 후 영업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최근 팹리스 부문과 파운드리를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며 단숨에 '빅3'에 진입하게 됐다. 인텔은 '내부 파운드리 모델' 적용 시 파운드리 매출이 연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연간 매출이 208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업계 2위인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는 "2024년에는 내부 물량을 기준으로 200억 달러 이상의 제조 매출을 기록해 파운드리 2위 사업자가 될 것"이라며 "2030년에는 외부 수주 물량 기준으로도 2위 사업자가 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계현 사장이 최근 'TSMC를 5년 내 잡겠다'고 자신했지만, TSMC에 한참 밀리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 인텔마저 최근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인텔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강화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4년 만의 상반기 파운드리 포럼…"깜짝 발표는 없을 듯"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가 4년 만에 상반기 파운드리 포럼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에선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낸 행보라고 풀이했다. 확고한 '2강 체제'였던 파운드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곳들이 늘어나며 경쟁이 더 치열해졌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딱히 차별화 된 무기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이 파운드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에선 도요타·소니·NTT·소프트뱅크 등 8개사가 자국 반도체 부활을 목표로 설립한 라피더스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2nm 이하 공정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TSMC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2024년 12월부터 물량 공급을 계획했지만, 벌써부터 수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미국, 독일에도 공장을 지으며 생산 거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빠른 속도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외 국가에선 투자 결정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TSMC가 삼성과의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파운드리 포럼에서 어떤 로드맵을 제시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1년에 공장 1곳 신설' 계획을 밝힌 상태지만, 이번 포럼에서 파운드리 투자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지도 관심사다.
특히 지난 20일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가 끝난 후 포럼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경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고객사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 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일단 이번 포럼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글로벌 톱3인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와 협업을 대폭 강화한 '생태계 구축'을 앞세워 TSMC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최근에 뉴스룸을 통해 드러낸 바 있다. 경 사장은 IP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년 내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보유한 IP 수는 4천 개 정도로, TSMC(4만 개)에 한참 못미친다.
또 이번 포럼에선 미래 핵심산업으로 주목받는 AI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CEO 짐 켈러(Jim Keller)가 'RISC-V와 AI, 차세대 컴퓨팅'으로 연사에 나서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짐 켈러는 AMD·테슬라 등을 거쳐 인텔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반도체의 전설'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 발표한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가 필연적인데, 삼성전자는 GAA 공법을 적용한 3nm 기술을 최초로 선보인 것 외에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이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객 확보를 하지 못하면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인데, TSMC에 비해 탄탄한 고객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 사장이 반도체 시장 불황을 타개하고 '기술 초격차'를 위한 개발자들의 도전을 이끌어내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소통에만 너무 치중한다는 시각도 있다"며 "반도체 하락 국면 대응을 두고 소홀했다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전략 마련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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