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LG전자에 처음 추월 당했다.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화,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 등의 노력을 펼치며 선전한 데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시리즈의 선전으로 MX사업부가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DS 부문이 적자 전환하자 힘을 쓰지 못했다. 2분기에도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이번에 '메모리 생산량 감산'을 처음 공식화 하면서 향후 실적에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천억원, 1조4천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삼성전자는 95.75%, LG전자는 22.9%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천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LG전자에게 영업이익으로 역전당한 것도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IFRS 도입 이전 상황은 양측의 집계 방식 차이로 비교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역대 1분기 실적 중 세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사 워룸 태스크(War Room Task) 등 사업 구조 및 오퍼레이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전사적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다.
특히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에 일시적 특허수익이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사업의 수익성이 오히려 10~20%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35%가량 웃도는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01% 줄어든 1조1천93억원이다.
이처럼 LG전자가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하면서 내부에선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수요 회복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경기침체 속에서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 재고 정리에 힘쓴 데다 프리미엄 매출 중심의 성장 전략과 신성장동력인 전장부문, B2B 사업에서의 실적 개선이 1분기 실적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기에 실적을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두 회사가 매 분기 실적 시즌 개막과 함께 같은 날 잠정 실적을 내놓으면서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선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1분기 매출도 기대 이상이었다. LG전자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0조4천179억원으로,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에서 추정한 LG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한 20조7천489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보다는 다소 낮았다.
업계 관계자는 "TV 업황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며 "H&A(가전)과 VS(자동차 부품) 부문이 선전한 데다 B2B 매출이 늘고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전(H&A), TV(HE) 주문량이 양호한 가운데 전장부품(VS), 비즈니스솔루션(BS)의 흑자 규모가 확대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실적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곳은 전장사업과 B2B 사업이 꼽힌다. 전장 사업은 지난해 고성장하며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만큼 올해 1분기에도 탄력을 받아 성장세를 이어가며 호실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의 B2B 비중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LG전자의 B2B 매출 비중은 2020년 16%에서 올해 32%로 3년 만에 2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비즈니스솔루션(BS) 등의 B2B 사업도 흑자로 전환하면서 수익성 다각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LG전자 관계자는 "콘텐츠·서비스, 솔루션 등 논 하드웨어(Non-HW) 사업과 OBS(온라인 브랜드샵)를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히트펌프, ESS 등 고효율·친환경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조기에 센싱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볼륨존에 해당하는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가성비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등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다양한 노력들도 견조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사업 포트폴리오가 선진화돼 있다"며 "고질적인 적자 사업이었던 스마트폰과 태양광 등이 사라졌고 자동차부품의 이익 기여는 기대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큐베이팅했던 로봇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매출 성과가 본격화되고 매년 고성장해 갈 것"이라며 "상반기 실적은 차별적이면서 극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영업이익이 1년 새 96%가량 줄어든 데다 실적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사업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 영향으로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63조원에 그쳤다. 매출액이 70조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2021년 2분기(63조6천700억원) 이후 처음으로, 시장 기대치보다도 낮았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46% 감소한 64조2천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영업이익은 92.92% 줄어든 1조1천억원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시장 기대치보다 더 낮았다.
일부 증권사는 680억원 적자 전망까지 내놨으나, 모바일·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DX 부문이 선전한 덕분에 다행히 적자는 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올해 초만 해도 1조∼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지면서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실적 관련 설명 자료를 통해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됐다"며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DS 부문이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제품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실제 반도체 가격은 공급 과잉 여파로 원가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지난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던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1월부터 평균 1.81달러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2021년 7월 4.81달러에서 지난달 3.93달러로 하락했다.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인 DXI 지수도 불안한 모습이다. 전월 대비 ▲1월 5% 하락 ▲2월 6.9% 하락 ▲3월 7.7% 하락 등으로 감소폭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재고는 적정치(4주)의 4배에 육박한 15주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탓에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도 2023 회계연도 2분기(12~2월)에 23억1천만 달러(약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매출은 1년 전보다 52%나 줄어든 36억9천만 달러(약 4조8천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DS 부문도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만 4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분기(6천500억원 적자)가 마지막이다. 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97% 급감한 2천억원대에 그치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수요 부진,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 다운 사이클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고를 보유한 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그동안 유지했던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포기하고 사실상 감산에 나섰음을 이날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앞서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올해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재고가 계속 쌓이는 데다 적자 규모도 예상보다 커지자 입장을 바꿨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천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천25억원)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참고 자료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캐파(생산능력) 운영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부품 업체에 의하면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D램 재고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은 21주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모바일,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DX 부문은 1분기 동안 4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한 것으로 관측됐다. MX사업부가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다 TV, 가전 신제품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다.
특히 '갤럭시S23' 시리즈는 출시 47일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고,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전작 대비 판매량이 1.5배 정도 증가하는 등 신기록을 세우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MX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 중후반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 호조가 전사 감익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라며 "1분기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량은 약 1천100만 대로, 전작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저가 제품의 경우 판매가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 침체 속 프리미엄 제품은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지만, 중저가 제품의 경우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갤럭시S23 시리즈가 초반 견조한 판매를 보이고 있으나, 중저가 스마트폰은 여전히 고전하는 양상"이라며 "상반기까지는 경기 불확실성 지속에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고 봤다.
CE 사업부 역시 지난해 치솟았던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이 최근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데다 가전, TV 주문량도 예전만큼 회복되면서 실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은 10조원 중후반대로 예상된다. 전년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소폭 떨어지는 수준으로,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3천~4천억원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절반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원자재, 물류비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VD는 흑자를 낸 반면, 가전은 여전히 영업 적자를 낸 것으로 예상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천14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내로 가전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한 부회장은 "올해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성장률은 작년보다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지난해 말엔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에 더해 가전제품 수요가 줄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선 최근 물류비 부담이 줄어든 데다 가전제품 수요가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아 상반기 내로 다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 호조 덕분에 선전하면서 1분기 동안 반도체 부문의 빈자리를 대체한 듯 하다"며 "가전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듯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가격이 2분기에도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에선 2분기에도 LG전자의 영업이익보다 낮을 것으로 관측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9조6천794억원, 8천809억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1년 전보다 11.18%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는 각각 63조8천214억원, 8천531억원이다. 1년 전보다 각각 17.3%, 94.0% 줄어든 수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실적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진 속 MX 사업부의 계절적 빈자리가 부각되며 전분기 대비 22% 감소할 것"이라며 "계절적 성수기와 공급 축소 효과가 발현될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2분기 실적 저점 이후 분기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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