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14년 만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LG전자에 추월 당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한파' 여파로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반도체(DS) 부문의 적자 전환이 유력해지면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1억원, 매출액이 64조2천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92%, 17.46%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이 70조원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2021년 2분기(63조6천700억원)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들이 한 달 전에 내놓은 전망치(2조3천727억원)보다 1조원가량 더 줄었다. 내부에서 여러 증권사들의 최근 전망치를 토대로 예측한 영업이익은 9천9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만약 현실화되면 이는 2009년 1분기(5천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1조원 이하의 영업이익 기록이다.
일부 증권사는 680억원 적자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지난 2008년 4분기 7천400억원 적자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핵심 사업인 DS 부문이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며 맥을 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반도체 가격은 공급 과잉 여파로 원가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지난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던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1월부터 평균 1.81달러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2021년 7월 4.81달러에서 지난달 3.93달러로 하락했다.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인 DXI 지수도 불안한 모습이다. 전월 대비 ▲1월 5% 하락 ▲2월 6.9% 하락 ▲3월 7.7% 하락 등으로 감소폭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재고는 적정치(4주)의 4배에 육박한 15주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탓에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도 2023 회계연도 2분기(12~2월)에 23억1천만 달러(약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매출은 1년 전보다 52%나 줄어든 36억9천만 달러(약 4조8천억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삼성전자 DS 부문도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만 4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분기(6천500억원 적자)가 마지막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수요 부진,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 다운 사이클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고를 보유한 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모바일,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DX 부문은 1분기 동안 4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한 것으로 관측됐다. MX사업부가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다 TV, 가전 신제품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다.
특히 '갤럭시S23' 시리즈는 출시 50여 일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고,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전작 대비 판매량이 1.5배 정도 증가하는 등 신기록을 세우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MX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 중후반일 것으로 추정했다.
CE 사업부 역시 지난해 치솟았던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이 최근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데다 가전, TV 주문량도 예전만큼 회복되면서 실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가전 기업은 사업 특성상 수출 비중이 높아 국제해상운임료가 수익성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데 이번에 이 부분이 상당히 절감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 호조 덕분에 선전하면서 1분기 동안 반도체 부문의 빈자리를 대체한 듯 하다"며 "가전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같은 날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는 LG전자 역시 상황이 좋진 않지만, 14년 만에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경기침체 속에서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 재고 정리에 힘쓴 데다 신성장동력인 전장부문, B2B 사업에서의 실적 개선이 1분기 실적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서 추정한 LG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0조7천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41.01% 줄어든 1조1천93억원으로,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TV 업황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며 "H&A(가전)과 VS(자동차 부품) 부문이 선전한 데다 B2B 매출이 늘고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사업 포트폴리오가 선진화돼 있다"며 "고질적인 적자 사업이었던 스마트폰과 태양광 등이 사라졌고 자동차부품의 이익 기여는 기대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큐베이팅했던 로봇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매출 성과가 본격화되고 매년 고성장해 갈 것"이라며 "상반기 실적은 차별적이면서 극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2분기 실적 역시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9조6천794억원, 8천809억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1년 전보다 11.18%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는 각각 63조8천214억원, 8천531억원이다. 1년 전보다 각각 17.3%, 94.0% 줄어든 수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실적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략에 변화를 줄 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인위적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 중이지만, 재고가 계속 쌓이는 데다 적자 규모도 예상보다 커지고 있어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캐파(생산능력) 운영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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