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공룡들이 독일로 몰려가고 있다. 인텔에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반도체 생산 자립을 추구하는 독일 정부와 자금을 지원 받으며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싶은 반도체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독일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유럽에서 자동차 기술에 특화된 전문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TSMC가 공장을 독일 드레스덴에 건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TSMC가 원하는 보조금 지원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드레스덴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일 역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는 EU 반도체법(Chips Act)에 합의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EU의 전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인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10%에 불과하다. 첨단 반도체 분야는 한국과 대만이 선두이고, 반도체 설계는 미국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생산은 일본, 대만, 한국 등이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독일은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차량용 반도체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독일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엔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인피니온 등이 투자해 반도체 공장이 집결돼 있다. 이곳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본떠 '실리콘 작소니'라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단독 공급하는 ASML이 네덜란드에 있어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 EUV 장비를 수급하기 용이한 면도 있다.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 IMEC의 김민수 박사는 "코로나19로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EU에서도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생산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반도체 생산 자주권을 다시 가져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TSMC보다 앞서 지난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 유로(약 23조원)를 들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공장을 건설 예정이었지만, 양측의 보조금 규모 이견으로 공장 착공 일정은 미뤄진 상황이다.
독일은 한국 기업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 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한국 반도체에 높은 관심을 표했다. 독일 대통령이 평택 공장을 방문한 건 슈타인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을 겪으면서 반도체 생산 자립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고 독일도 마찬가지"라며 "반도체 기업으로선 선택지가 다양해진 측면도 있지만 국제 정세 등 고려해야 할 사안도 많아 복잡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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