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주력 사업에 따라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나홀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애플 '아이폰' 신제품 출시 여파로 올해 4분기에도 반도체 매출에서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TSMC가 제시한 4분기 매출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는 199억~207억 달러(26조~27조원) 수준이다. TSMC의 10~11월 합산 매출은 4천329억7천200만 대만달러(18조4천억원)로 가이던스에 부합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매출은 21조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급격한 경기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1위였던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TSMC에 왕좌를 내준 후 2년 연속 반도체 업계 1위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부진은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아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메모리·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까지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지만,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매출 중 메모리가 70%를 차지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은 55억8천400만 달러(약 7조3천억원)로 전기(55억8천800만 달러)대비 0.1% 하락했다. 내부적으로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및 이익을 달성했으나, TSMC·UMC·글로벌파운드리·SMIC 등 매출 상위 5위 업체와 비교하면 유일하게 전기 대비 역성장했다.
1위 대만 TSMC는 11.1% 늘어난 201억6천300만 달러(약 26조2천930억원), 3위 대만 UMC는 1.3% 증가한 24억7천900만 달러(약 3조2천330억원),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4.1% 늘어난 20억7천400만 달러(약 2조7천40억원), 5위 중국 SMIC는 0.2% 증가한 19억700만 달러(약 2조4천87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수주한 칩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TSMC의 반도체 매출이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추이가 내년 2분기에 저점을 찍을 것으로 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올해보다도 16.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의 경우 올해 905억 달러에서 내년엔 18% 감소한 742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매출은 688억 달러에서 13.7% 줄어든 594억 달러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말부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축소, 감산이 시작되면 6개월 정도 후인 내년 3분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돼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2분기쯤에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분야가 적자로 전환해 영업적자가 1천900억원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메모리 업황 부진과 함께 TSMC의 4분기 매출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누적 기준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TSMC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당분간 TSMC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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