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여기 보고서 두 개를 비교해서 보시죠. 두 보고서의 글씨체가 비슷하죠. 특정 부분에서 글자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요."
"저 폰트나 글자크기는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합니다. 다른 관계사도 조사해보시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가 2일 진행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49차 공판에선 삼성물산 합병 검토 보고서들의 글씨체, 글자크기를 놓고 신경전이 일어났다.
검찰은 삼성의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2015년 4월 작성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검토 보고서 'M사 합병추진안'과 제일모직이 같은 해 5월 작성한 보고서 'S프로젝트'가 비슷하다며 두 보고서의 내용은 물론 글씨체, 글자 크기의 유사성까지 근거로 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추진하기 전에 미전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을 적극 추진·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합병 당시 제일모직 최고재무책임자(CFO) 배 모 씨는 합병은 두 회사의 시너지를 위해 추진됐으며 미전실과는 의견을 공유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5월18일자 'S프로젝트'와 4월21일자 'M사 합병추진안'을 비교해서 보자"며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배 씨는 "원래 저런 건 비슷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부일정엔 차이가 있으나 글씨체와 크기가 동일하다"고 주장하자 배 씨는 "저 폰트는 그룹 공통이 쓰는 걸로 안다"고 응수했다.
또 검찰은 "M사 합병추진안의 다른 부분은 글씨 크기가 14.4 정도인데 '임시주총일 7월17일' 부분은 크기가 더 작은 14"라며 "이건 S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인데, 제일모직이 미전실로부터 일정표를 받아 복사 붙이기해서 필요한 부분만 편집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배 씨는 "저 자료를 직접 받아본 적은 없지만 만약 비슷하다면 우리 실무진이 (합병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정 정도는 미전실에서 받아볼 수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
검찰은 "증인은 4월말경에 (제일모직) 김봉영 사장한테 합병 추진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며 "그러나 그전에 미전실과 삼성증권이 만든 'M사 합병추진안'에서 만들었던 표의 내용과 글자크기까지 제일모직 보고서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그룹 전체적으로 같은 문서 프로그램과 글자크기 14를 사용했다"며 "다른 관계사도 조사해봐라"고 말했다.
이어 "M사 합병추진안이 4월 이전에 만들어졌다면 일정 같은 건 미전실이 경험이 많으니까 제일모직이 자문받았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뿐"이라고 덧붙였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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