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6년 만으로, 대외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31일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2022년도 '제32회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삼성 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지난 1990년 제정했다.
이 부회장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뒤 행사를 직접 챙겼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불참했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6년 만에 시상식에 참석한 소감이 어떤가", "테일러 착공식에 가는가", "인텔 CEO와 어떤 얘기를 나눴나", "투자, M&A는 어떤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계에선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 부회장이 경영은 물론 외부 활동의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잠행을 이어왔지만,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시작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에게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직접 소개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어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도 참석했다. 25일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상생을 약속하기도 했다.
아울러 30일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전격 회동을 가졌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차세대 메모리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투자 계획도 세웠다. 삼성은 지난 24일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 대비 120조원(30%) 증가한 수치로, 재계에선 새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뤄질 경우 경영 활동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는 M&A 행보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후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전무하다.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됐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보호관찰과 취업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경영 활동에는 제한이 있는 상태다.
현재로서는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사면복권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5년간 취업 제한 등으로 인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으려면 오는 7월 형 집행이 완료되기 전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충일·제헌절 특별사면도 거론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이 부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이 제약 없는 경영 활동이 가능해야 투자와 M&A 등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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