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약·바이오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들은 전례 없는 실적으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기업은 향후 인수합병(M&A)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개발 자금은 어디로 몰릴까. 전문가들은 항암제 시장에 연구 개발 자금이 대거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신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바이오기업들이 mRNA를 호흡기 질환 백신뿐 아니라 항암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결국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클 수밖에 없는 항암제 개발에 역량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이 과정에서 현금을 많이 확보한 백신 기업들은 항암제 등 시장이 큰 치료군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M&A하거나 파이프라인을 기술 이전하는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 백신 시장에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 백신 시장은 '빅4'로 불리는 GSK, MSD, 사노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가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 없어지면서 개발 기간이 짧은 바이럴벡터, mRNA 등과 같은 백신이 빠르게 개발됐다. 이로 인해 바이오테크 수준이던 모더나, 바이오앤텍, 큐어백과 같은 기업들이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백신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항암제 시장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모더나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7억 달러를 넘어섰다.
항암제 시장이 주목받는 건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최근 면역항암제 관련 글로벌 동향 및 특허 현황'에 따르면 항암제 시장 규모는 약 2천730억 달러(313조 4천859억원)으로 글로벌 의약품 중 가장 크다. 특히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항암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9~12%로 전체 항암제 분야 중 면역항암제는 500억 달러(57조 4천3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항암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암제 시장은 1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은 80% 가량을 글로벌 제약사들이 점유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GC녹십자·대웅제약·종근당 등 국내 기업들도 매출 1천억원대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통해 항암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M&A뿐만 아니라 시장이 큰 특정 질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방식은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2020년 매출 기준 상위 10개 제품 중 9위 길리어드의 '빅타비'와 10위 바이엘의 '자렐토'를 뺀 1~8위 제품은 모두 라이선스·인을 했거나 M&A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가 권리를 얻은 경우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에서는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M&A 및 라이선스·인을 통한 성장이 필수적"이라며 "올해까지 백신을 개발한 회사들은 대규모 현금을 마련할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들이 보유하지 못한 진단기술을 확보해 사업을 키우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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