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일본 뇌염 등 여러 감염병에 대한 국내의 대비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메르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자급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여전히 '백신 독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제3차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전략(2022~2026년)'의 일환으로 9개 부처와 산하기관 13곳 등이 참여하는 감염병 연구기관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통중인 국가예방접종 백신 22종 중 국내 제조회사에서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해 공급 가능한 백신은 6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자급률이 30% 이하인 27%에 그친 것이다.
◆ 국가 예방접종 백신 22개 중 16개 수입 의존
백신 종류별 제조현황을 살펴보면 B형간염, Td(파상풍, 디프테리아),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수두, 인플루엔자, 신증후군출혈열 6종 15품목만 국내에서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할 수 있다.
특히 일본뇌염(생백신), DTaP-IPV/Hib(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b형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만11~12세), BCG(피내용, 결핵), 폐렴구균,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HPV(사람유두종 바이러스) 등의 10종의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외 폴리오(소아마비), 장티푸스, A형간염, DTaP, DTaP-IPV(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폴리오), 일본뇌염(사백신) 백신은 국내에서 제조하고 있지만, 백신을 만드는 원액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은 아니지만, 최근 접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상포진, 로타바이러스 등 기타 예방접종 백신의 경우에도 자급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통되는 기타 예방접종 백신 중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제조 가능한 백신은 대상포진이 유일했다. 기타 백신도 7종 13개 품목이 원액 수입 제조 또는 완제품 수입 제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보다 환자 수가 2배 이상 늘어나 질병청이 20~40대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A형간염 백신도 국내 제조 제품도 원액은 자급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 2009년 신종플루 당시 국내 첫 백신 개발한 'GC녹십자'…2022년 주인공은?
그간 수많은 '펜데믹'을 거쳤지만 여전히 해외 백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백신 개발 경험이 없고 바이오쪽에 연구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8년 기준 국내 전문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20위 중 백신은 GC녹십자의 4가 독감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프리필드시린지주'가 20위(461억원)에 오른 것이 유일하다.
GC녹십자는 2009년 4월 신종플루 대란 때도 백신 개발로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9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성공하며 '백신 자급률'을 높인 것이다. 당시 전 국민의 35%에 이르는 1천700여만명이 GC녹십자의 백신을 접종했다.
이번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8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임상3상 승인을 받은 백신 후보물질 'GBP510'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백신은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과 달리 기존에 사용 경험이 있는 합성항원 방식이라,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합성항원은 초저온 보관이 필요 없어 운송이 편리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점이 있다.
임상이 완료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과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 준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상용화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이외에 유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의 3상 임상을 신청했고 진원생명과학이 DNA 백신의 임상 2상, 셀리드가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1상, 큐라티스가 mRNA 백신 1상, 아이진이 mRNA 백신 1상, HK이노엔이 1상을 진행하는 등 11개 국산 후보물질 중 9개가 임상에 진입했다. 제넥신은 DNA 백신 GX-19N을 부스터샷으로 개발 중이다.
◆ 정부 내년 백신 개발에 약 5천265억원 투입…"백신 주권 확보 총력"
정부도 백신 주권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질병관리청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환경부·식약처 등 9개 부처·청 산하 감염병 관련 국가 연구기관 13곳, 국제백신연구소 등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또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등의 개발을 위해 내년에 5천265억원을 투입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2023년까지 1개 이상 국내 생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완료를 목표로 범부처가 협력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하반기 중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계약도 추진한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범정부위원회'에서 10월에서 11월사이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GBP510'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산 백신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 개발 완료 전부터 선구매를 추진해 기업이 생산시설 등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산 백신 선구매는 임상2상 중간결과 발표 및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전제로 면역원성, 안전성, 성공가능성, 접종 용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백신 수급 사태를 겪으며 신종 감염병 대응이나 신기술 기반 백신 개발에 국가자원이 투자되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국내에서는 8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하면서 합성항원과 DNA, RNA, 바이러스 전달체 등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먼저 개발한 곳이 정부 수혜를 많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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