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삼성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 배분을 마무리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 부회장으로선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상속 받으면서 경영권 핵심을 가져갔지만 경영공백을 장기화할 수 있는 재판이 리스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시세조종 혐의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오는 6일 열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됐고, 지난 3월 급성 충수염 수술로 3주 이상 입원했다. 지난달 22일 첫 공판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번 재판은 삼성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정당했는지 여부를 다툰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지난달 첫 공판부터 다섯 시간 넘게 법리 공방을 벌였다. 두 번째 공판에서도 치열한 법리싸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재가가 있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기소했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부채로 잡으면서 자산을 과다 계상한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당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했다. 이에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시점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손해를 가하면서 오히려 회계보고서를 조작 했다"며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의해 합병 비율이 왜곡되고 손해를 입힌 게 이 사건 실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들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오로지 승계 및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는데 합병은 사업상 필요와 경영상 필요했다"며 "삼성물산은 국내 외로 건설 상황 악화나 해외 프로젝트 손실이 우려되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제일모직은 해외 인프라를 필요로 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이번 재판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본다.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 관련 재판은 회계 등을 법리적으로 다뤄 어렵고 복잡하다"며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이 부회장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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