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그야말로 폭풍 같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논의가 통신 시장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통신사가 판매자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제' 등이 담긴 단통법 개선안이 윤곽을 드러내자 정부, 학계, 시민단체, 사업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자 입장을 피력했다.
학자들은 '이런 후진적인 법을 놓고 모여서 토론할 일인가'라며 개탄했지만, 최근 단통법 위반으로 과징금 폭탄을 맞은 이통 3사는 '단통법이 효과가 있었다'며 한 목소리를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펼쳐졌다. 하지만 가장 격렬한 비판을 쏟아낸 이들은 이용자들이었다.
토론회의 후기 기사엔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렸다. 주로 '단통법 폐지' 요구였다. 댓글엔 "민주국가에서 단통법? 폐지가 맞는 거지. 애당초 정부개입이 말이냐",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악법은 폐지가 답" 등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비판과 비난은 한탄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발품 팔고 정보가 있는 사람은 싸게 사고, 노력 안 하고 정보 없는 사람은 비싸게 사는 게 불공평하다며 모두가 비싸게 살 수밖에 없게 만든 정말 이상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래서 단말 소비가 줄어드니까 통신비 부담이 절감됐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뭔가"라 토로했다.
한편으론 정부를 향해 "일 좀 하지 마라"며 자포자기한 듯한 댓글도 이어졌다. 기사의 후속, 그 후속 기사 댓글에도 이용자들의 원성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부도 이통 3사도 모두가 아는 명백한 사실은 단통법은 이용자를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법이다. 이는 단통법 제정이유에도 명백히 드러나 있다.
물론 '과도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나감'이란 조항에 따라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이 조문 말미에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임'이라는 단어로 결국, 이 법은 이용자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용자를 위한다는 단통법은 이용자도 알아 볼 수 없는 기이한 돌연변이로 성장했다. 이용자 차별을 막고, 시장 과열을 해소하려고 법을 만들었는데, 경쟁이 필요했던 시장은 '새로운 방식의 이용자차별'을 만들어 냈다. 새로운 이용자 차별이란 돌연변이 탄생에 정부는 심각성을 깨닫고, 사냥에 나섰지만 이제껏 해왔던 사냥법만 고수하는 형국이다. 또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의지의 정부와 달리 이용자들은 폐지를 원한다. 시장의 경쟁이 순리대로 흘러가길 바란다. '경쟁의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버리라고 말한다.
단통법 폐지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통신과 단말을 분리하는 완전자급제를 대안으로 지목한다. 통신 이용자가 온·오프라인 유통점에서 단말을 직접 구입해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형태다. 가게에서 가전제품을 사듯 단말을 구입하자는 것이다. '우리 통신사로 오세요'를 위한 리베이트 고리를 끊어낼 대안이란 설명이다.
단통법 개정 논의는 일단락됐지만 언제 또 재점화 될지 모른다. 이번 국회에서 어떤 의원의 손에 들려 국회 단상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엔 반드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단통법은 이용자를 위한 법이다.
송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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