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 기자] 해묵은 신공항 논란이 부활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동남권 신공항을 정부가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경제성 등을 고려해 백지화한 사업을, 21대 총선을 10개월 앞둔 미묘한 시점에 다시 수면 위로 올린 것이어서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처음 언급된 이후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 최대 현안이 됐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여야가 앞다퉈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명박 대통령은 2020년까지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2011년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결론나면서 지역 갈등만 남긴 채 백지화됐다.
한 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논란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당시 유력 주자였던 박근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부산 가덕도가 최고의 입지라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6년 프랑스 파리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등 동남권 신공항 건설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백지화였다. ADPi와 국토교통부는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결론냈다.
◆"총리실서 재검토"…與 내에서도 "쪽팔리는 일"
우여곡절을 겪은 동남권 신공항을 이번에는 총리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오 시장 등은 최근 '김해신공항 검증단'을 꾸려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자체 검증한 결과 김해신공항이 관문 공항으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며 총리실에 최종 판단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 왔다.
여권은 총리실의 재검토가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합의에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가 빠지면서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TK 지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구·경북발전협의회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로 이뤄진 국가적 의사결정을 여당 소속 3개 단체장과 국토부 장관의 합의만으로 손바닥 뒤집듯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치 논리로 휘둘리고 뒤집히는 정책이 다름 아닌 적폐"라며 "총리실이 국가 전체가 아닌 특정 지역만의 선거를 위해 새로운 적폐를 시도한다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 북구를 지역구로 둔 홍의락 의원은 SNS를 통해 "최소한 5개 광역단체장이 다시 만나는 형식적 절차라도 있었어야 말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총리실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주기 바란다. 이런 것이 이렇게 작동된다면 정말 쪽팔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채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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