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5세대통신(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서비스 활성화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인프라 경쟁 우위를 가져가려면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와 높아진 단말기 출고가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동통신 3사로서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부담을 낮춰야 하는 모순을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초고속 수준의 시장 변화와 달리 관련 규제 개선이나 정책 등은 제 속도를 못내고 있다. 커지는 미래 불확실성에 5G 서비스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투자 느는데 가격은 낮춰야 '난제' …제도개선 필요
5G는 이제 막 상용화 됐지만 벌써부터 요금 인하 등 압박은 만만찮다. 가계통신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요금 부담을 크게 낮춰야 한다는 '보편 서비스' 논란까지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가계통신비는 이통사 요금뿐만 아니라 단말 가격, 서비스 이용대가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된다.
5G의 경우 망 투자비가 늘고 단말기 성능이 강화된 만큼, 통신요금과 단말 출고가 상승 요인이 적지않다. 정부나 시민단체 등의 요구만으로 이를 낮추면 수익성 하락 등이 불가피하다. 제도적 개선을 통한 대안 마련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령 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인가제 폐지나 완전자급제, 콘텐츠나 서비스 업체가 고객 대신 데이터 사용료를 부담하는 제로레이팅 활성화 등이 그 일환으로 꼽힌다. 제4 이동통신이나 알뜰폰 활성화 필요성 역시 여전하다.
◆LTE→5G폰 최대 50만원 '껑충' …고개드는 출고가 논란
5G 스마트폰은 기존 대비 비싸다. 100만원이 넘는 경우는 흔하고 5G 용으로 출시를 앞둔 폴더블폰의 경우 200만원을 상회한다.
2011년 LTE 상용화 이전 3G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2의 출고가는 84만7천원이었다. 같은 해 9월 출시된 국내 첫 LTE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2 LTE 출고가는 85만8천원 수준으로 3G폰 대비 1만1천원이 인상됐다. 10월 출시된 LG전자 옵티머스 LTE는 89만9천800원으로 전작대비 오히려 가격이 내려갔다.
하지만 3G에서 LTE로 전환됐던 초기와 달리 5G에서는 출고가가 대폭 인상됐다.
올해 출시된 LTE폰은 삼성전자 갤럭시S10e부터 갤럭시S10 플러스까지 89만9천800원에서 115만5천원의 가격이 부여됐다. LG전자 LTE폰 'G8 씽큐'를 비교적 저렴한 89만7천600원이다.
반면 5G폰은 갤럭시S10 5G의 출고가는 139만7천원으로 가장 하위 단말과는 약 50만원, 바로 윗 모델보다도 24만원 가량 비싸다. LG전자 'V50 씽큐 5G' 출고가 역시 119만9천원으로 갤럭시S10 5G보다는 저렴하지만 'G8 씽큐' 대비 30만원 가량 비싸졌다.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5G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우는 2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에 따른 출고가 논란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단말 가격을 경쟁을 통해 낮추자는 취지의 완전자급제 도입법안이 박홍근 의원, 김성수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발의됐거나 준비중이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욱이 정부는 기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선, 자급제 활성화로 방향을 잡고 있어 완전자급제 도입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와 제조업체 지원을 나눠 공시하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이 역시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와 묶여 진척은 없다.
자급제 확대를 통한 알뜰폰 활성화 역시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 최근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를 인수키로 하면서 알뜰폰이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 대안이 될 것이라는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단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자급제 형태의 외산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샤오미의 경우 절반 가격 수준의 5G 스마트폰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역시자급제 활성화가 선결 과제다.
◆ 인가제 없애고 제4이통 도입, 정부 시장 개입 부담 낮춰야
5G 통신 요금의 고가 논란도 변수다. 시민단체와 여당 일각에서 5G 역시 LTE 보편요금제와 같이 정부 개입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큰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이통3사는 최근 정부 요구 등에 따라 통신비를 계속 낮추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단말기 지원금 대신 받는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까지 확대하고, 글로벌 로밍도 요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취약계층 요금감면은 확대했다. 아울러 정부가 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의무화 한 입법 작업도 진행중이다.
5G 경우도 인가 대상인 SK텔레콤 요금제를 반려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이의 요금 인하를 유도하고 나섰다. 이통 3사가 경쟁적으로 5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 인가, 신고 절차를 거치면서 3사가 유사 요금제를 마련해 결과적으로 '담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인가제 무용론과 함께 정부 계획대로 인가제를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받는다.
실제로 이통 3사 요금경쟁은 KT를 선두로 8만원 데이터 무제한요금제에서 불붙은 양상이다. 선태약정 할인 등을 감안하면 요금 수준은 6만원대까지 떨어진다. 시장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 사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 정부 인가제를 유지하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절차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어 변수다. LTE와 같은 보편요금제가 5G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통3사는 추후 5G 커버리지와 네트워크 성숙도, 사용자 패턴에 따른 요금제 수정 또는 신규 요금제 출시 등을 통해 다양한 요금 라인업을 갖춰가겠다는 계획이다.
제4이통사 출현 역시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 등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의 문제점을 지목하면서 제4이통을 효율적 대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의 통신사업 진입규제는 완화된 상태다. 지난해 등록제로 전환됐다. 제4이통사가 쓸 수 있는 주파수 역시 남아있는 상황이다. 5G가 다양한 산업군을 아우를 수 있기에 전통적인 B2C가 아닌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특화된 통신사업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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