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더 내릴 수도 있었다."
3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발표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SK텔레콤은 3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첫 5G 요금제를 정식으로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 받은 상태였으나 지난 2일 KT가 8만원 무제한 5G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같은날 오후 요금제 재신고를 통해 이번 요금제가 나올 수 있게 됐다.
다만,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지배적사업자로서 요금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려면 정부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오는 5일 5G 단말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재신청에는 물리적으로 무리가 따랐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요금제를 수정하기보다는 한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무제한 데이터를 포함시키고 가격을 내리게 됐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만약 SK텔레콤이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통해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었다면, 요금제 수정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 인하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적인 요금 재설계가 실행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신고만 하면 바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2항에는 '사업규모와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기간통신서비스의 경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도 이날 5G 요금제 공개 현장에서 "인가제 관련해서는 이번에도 봤겠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인가 부분에서 요금 배끼기 등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세계 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가제를 폐지하는게 경쟁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다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2월 27일 5G 요금제 인가 신청서를 냈지만 지난 3월 5일 과기정통부로부터 반려 통보를 받았다. 이후 같은달 25일 인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새 요금제 공개까지 약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모됐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재인가 신청서를 내기보다는 한시적 프로모션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는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첫 5G 요금제 '데이터 무제한' 경쟁이 이통3사의 시장 자율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인가제 무용론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 재신청 완료한 후 LG유플러스는 29일 곧바로 5G 요금제를 신고, 속도제한을 조건으로 한 무제한 데이터 5G 요금제를 공개했다.
이에 질세라 KT는 2일 8만원에 속도제한이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공세를 높였다. SK텔레콤도 같은날 요금제를 재신고하고 데이터 무제한 프로모션을 추가하면서 5G 요금 인하 경쟁이 불붙은 형국이다.
LG유플러스도 이날 오전 재신고를 통해 기존 요금제의 속도 제한을 아예 걷어냈다. 이통3사는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요금 경쟁이 됐지만 소비자로서는 반길만한 경쟁이다. 인가제 등 정부 승인 등 없어도 3사 요금경쟁이 불붙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줄게 된 때문이다.
정부 인가제 폐지 등에도 힘이 실릴 지 주목된다.
이미 과기정통부는 인가제 실효성이 낮고, 이를 시장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판단에서 지난 2016년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그간 통신요금과 관련 "시장자율에 의해 시장경쟁으로 건전하게 되고 있으니 시장 움직임에 맡겨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다.
이 외에도 인가제 폐지를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이은권 의원(자유한국당)과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 등 여야 구분없이 발의된 상태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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