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사에 연달아 DSR이 도입되면서 저신용자 차주의 대출절벽이 심화되리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고신용자와 중신용자의 대출 활로는 열려 있지만, 금리인상 기조와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정작 생계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를 제도권 내에서 포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생명보험, 손해보험업계 대출에도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캐피털업계 등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은 내달부터 DSR을 도입한다.
DSR은 대출한도를 잴 때 차주의 모든 채무를 고려해 정하는 개념으로 주담대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등을 포괄적으로 심사해 이전보다 까다로운 잣대다.
◆전방위 압박에 저신용자 대출절벽 가시화
DSR이 도입되기 전부터 저신용자의 대출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흐름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차주 가려 받기'를 시작한 탓이다.
17일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올해 4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모두 10조4천908억원으로, 4~6등급의 중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5.3%에 달했다. 1~3등급의 고신용자도 10.0%를 차지했다.
저신용자의 비율은 2016년 30.1%에서 지난해 6월 27.6%, 12월 말 26.1%, 올해 4월 말에는 24.6%로 1년 반 사이 4.7% 낮아졌다. 반면 중신용자 대출은 서서히 늘어 같은 기간 60.4%에서 65.3%까지 올랐다.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평균 금리는 18%대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의도가 고금리 규제였다면 저축은행의 해법은 저신용자 대출 축소와 리스크 관리인 셈이다.
하반기부터는 저신용자가 카드론을 이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올 초부터 연20%가 넘는 대출은 '약탈적 대출'로 규정해 예의주시 대상으로 삼았다. 금리산정 체계 구축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카드사에는 8월까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대출금리 부당부과 여부도 가름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월 말을 기준으로 카드론 이용고객 중 10%, 현금서비스 이용고객 중 20%가 연20% 이상 금리를 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차주 중 적어도 이만큼은 카드사의 부담요소라는 이야기다.
◆제도권 속 가계대출 건전성은 좋아졌지만…갈 곳 잃은 저신용차주
제도권 금융과 정책성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차주 중 절대다수의 신용등급이 중등급 이상이라는 지적은 금융당국 내에서도 나왔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이달 12일 열린 서민금융연구원 포럼에서 "신용등급을 세 개로 나누면 1~3등급의 고신용, 4~6등급의 중신용, 7등급이하의 저신용으로 구분된다"며 "대출의 수요와 공급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상위 등급의 신용자는 대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높은 반면 저신용자로 갈수록 공급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간금융뿐 아니라 정책성 상품도 같은 특성을 띠었다. 햇살론, 미소드림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이용자 60% 이상이 6등급 이상이었고 8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비중은 9.2%에 그쳤다. 은행을 공급채널로 둔 새희망홀씨는 6등급이상 비중이 80%에 육박했다.
2금융권의 중금리 차주 선호는 심화될 전망이다. 4분기부터 중금리 대출은 가계대출에 포함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카드업계와 저축은행업계도 중금리 대출 확대에 초점을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있다.
그 사이 저신용차주의 수요는 대부업으로 몰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잔액은 지난 2015년 말 13조2천462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5천14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부업계 역시 기한이익상실유예 등의 부담에 소극적인 영업으로 돌아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이 가계대출 통계에서 빠지게 되면서 언뜻 가계대출 건전성이 좋아지는 듯한 착각이 일지만, 취약차주 150만명이 갑자기 증발한 게 아닌 이상 '대출 거절'의 절벽에 몰린 셈"이라며 "정책성 금융상품도 저신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2금융권 풍선효과가 불법 사금융에 미치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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