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미국이 'AI 안보(Security)'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AI 기술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 등 규제는 과감히 무시하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AI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AI 군사적 활용: 제약요인과 해소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소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bae461d8a5f2f.jpg)
클라우드도 못 쓰는데 AI를 어떻게?
딥시크(DeepSeek) 등장 이후 AI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지만 한국군은 클라우드 사용 제한과 데이터 관리체계 미비로 AI 도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방 데이터 분석·처리 시스템 구축, 전문 인력 확대 등 군 내부의 데이터 관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과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AI 군사적 활용: 제약요인과 해소방안' 세미나에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 2월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던진 '폭탄선언'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AI 윤리(Safety)에서 AI 안보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며 "우리도 AI 안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군의 망분리 정책이 AI 도입의 최대 장애물로 꼽혔다. 2006년부터 시행된 망분리 제도는 군 내부 업무망을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AI는 대부분 클라우드에서 구동되는데 망분리 때문에 클라우드 자체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은 데이터를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낮은 등급의 데이터는 인터넷 연결을 허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방산업체도 마찬가지다. 현행 '방위산업기술 보호지침'은 방산업체의 클라우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보안등급 클라우드를 활용해 AI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며 "방산업체가 클라우드를 쓸 수 있어야 AI가 들어간 무기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전문인력과 인프라 부족도 심각하다. 윤병권 한국국방연구원(KIDA) 데이터분석부 부장은 "레이더 사이트 한 곳에서만 하루 10~200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되지만, 이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며 "데이터의 보안성을 검토하고 비식별화 처리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데이터 등급 체계 개선·인력 확보 시급
다행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가정보원은 올해 1월 '국가 네트워크 보안 프레임워크(N2SF)'를 발표하고, 데이터를 분류(Classified)·민감(Sensitive)·개방(Open) 3단계로 나눠 차등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7월부터는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이 제도를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군 내부적으로 데이터 관리와 공유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부장은 "무장과 관련된 데이터는 군에서만 제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방 데이터를 외부로 안전하게 반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라면서 "군 내부에 원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1차 정제까지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기호 국방인공지능 기술연구원 원장은 "전 세계 AI 인력의 70%가 미·중에 집중된 상황에서 한국군은 클라우드 사용 제한과 데이터 관리체계 미비로 AI 도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폐쇄적인 국방 분야는 급변하는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민간의 AI 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전환하고 실제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 차원의 AI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데이터 활용도를 기관 평가와 연계해 실효성을 높이고, 국가 안보실 산하에 AI 안보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전 세계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만들었지만 AI 안보 관점의 접근이 부족하다. 북한이라는 단어로 모든 제도의 혁신을 막으려 하면 우리 군은 AI 관련해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AI 군사적 활용: 제약요인과 해소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소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eb048cd1de8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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