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3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 사건 선고를 2시간 앞두고 변론을 재개하기로 번복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3일 국회를 대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회와 대통령 간의 권한쟁의심판'의 변론을 오는 10일 재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관련 내용으로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헌재는 당초 두 사건 모두 이날 오후 2시에 선고할 계획이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2일 이 사건 첫 변론기일을 열고 당일 종결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선고일을 이날(3일)로 정하고, 최 대행 측의 변론 재개 요청을 3시간여 만에 기각했다. 이후 선고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사실관계에 관한 서면을 당일 중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 등은 국회법 제109조(의결정족수)에 따라 의결을 거쳐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헌재에 제출된 권한쟁의 심판 청구 기록을 보면, 청구인이 '국회'로 돼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국회 명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체가 법과 판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며 "누가 봐도 지금 헌재의 모습은 정상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전날(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국회의원 우원식이 독단적으로 국회를 참칭한 초법적 권력남용으로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국회 의결 절차 없이 국회의장 개인이 독단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이 사건은 당연히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가 의사를 결정하고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하거나 행위를 할 경우에는 본 회의 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를 단독으로 결정하고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헌법학계에서는 최 권한대행 측과 국회의장 측이 이 부분에 대해 격렬히 다투고 있는 점을 감안해 헌재가 더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권한대행 측이 지난 1일 "국회 의결 없는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무효"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데 이어 국회 측도 전날(2일) "관련법 어디에도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부분이 없고, 선례 역시 없다"면서 이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에 그 기관의 이름으로 법적인 의사 표시를 하려면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대통령이 (만약 권한을 침해했다면)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인데, 국회와 국회의장은 다른 기관"이라며 "그런(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등) 문제점들이 제기되니까 내부적으로 얘기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여당과 윤 대통령 측이 헌재의 공정성을 지적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는 만큼 이를 불식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노희범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단체 대표자는 단체를 위해 소송상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게 법의 일반론"이라며 "'편파적이다, 졸속이다' 등 부당한 공격이 있으니까 차라리 변론을 재개해서 양측 당사자들의 의견을 다 들어주고 판단해도 되지 않겠냐고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헌재 측은 결정 선고 기일 연기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 평의 중이라면서 이전에도 변론종결 후 변론을 재개한 사례는 다수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라창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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