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그룹이 '최순실 게이트', '총수일가 비리 의혹' 등으로 연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3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하자마자 15일 검찰에 소환되자 그룹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첫 재판을 받게됨과 동시에 지난 2~3월께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롯데그룹 본사 집무실로 정상 출근한 신 회장은 공판준비기일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대신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이날 오후 2시부터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 7명과 비공개로 개별 면담을 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신 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을 요청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주말 삼성·LG·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총수를 소환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한 대가성 여부와 박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 내용 등을 조사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해 10월과 올 1월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28억원, 17억원을 출연했으며 5월에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줬다가 검찰 압수수색 수사 직전인 6월 9일에 70억원을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 정보 유출' 논란도 현재 불거진 상황이다.
신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롯데그룹 비리 수사와 관련해 지난 9월 20일 롯데 수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온 지 약 2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번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온 신 회장을 상대로 재단 기금 출연 과정, 지난 2월 18일 박 대통령과 독대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10분만에 끝난 롯데家 첫 재판…다음달 22일 2차 진행
또 이날 같은 시간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은 롯데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해 횡령·탈세 등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와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가 모두 연관돼 있다.
이날 10분만에 끝난 재판에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을 비롯해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출석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공판준비절차에는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법정 피고인석에는 20여명의 변호인들이 자리를 채웠다.
또 롯데그룹 비리에 함께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정책본부 황각규 운영실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과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도 이날 심리를 받았다. 이들 역시 법정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롯데그룹 오너일가 측 변호인단은 "수사기록의 양이 너무 많아 아직 검토 중"이라며 "혐의에 대해 자세한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5주 정도 시간을 더 줬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를 반영해 재판부는 2차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22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하고 바로 재판을 마쳤다. 다만 재판부는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받은 신 총괄회장과 일본에 체류 중인 서미경 씨가 공판기일이 시작되면 법정에 나올 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달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 5명을 비롯해 임원 총 24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신 회장은 1천753억원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858억원의 탈세, 508억원 횡령, 872억원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391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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