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도널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10일 증권가에서는 IT산업이 '트럼프 쇼크'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내 IT 세트업체 출하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대선 운동 당시 수입 제품에 관세 장벽을 세워 미국 제조사를 보호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트제품(스마트폰·TV·가전)의 지역별 매출비중에서 북미가 제품별로 15~5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IT 세트 제조사들의 미국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IT 산업의 핵심이 단순 세트 제조보다는 소프트웨어·플랫폼·솔루션 등의 기술력인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전에도 주요 IT 품목은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를 적용 받았던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IT제품 관세 인상에 나설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분야로 스마트폰을 꼽았다.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애플이 37%, 삼성전자가 26%, LG전자가 13%, 중화권업체들 1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합계(39%)가 애플의 점유율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타 지역 대비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기에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사업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TV 산업의 영향은 스마트폰에 비해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TV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주된 경쟁사는 일본 또는 중화권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조사들의 수익성 하락은 가능하다는 게 박 애널리스트의 시각이다.
◆트럼프 효과에 반도체 웃고 2차전지 울어…디스플레이는 중립
국내 IT 세트 업체의 출하량 부진은 관련 부품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전지 부문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표현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정치-에너지 연계 콤플렉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국가 주도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도 부진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 고객 포트폴리오가 견고한 업체의 경우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대표적이다.
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미국 주요 IT업체의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국내 업체들이 제조·연구·혁신 분야에서 강력하게 특화돼 있는 만큼 대미수출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오히려 반도체 부문에서는 트럼프 당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으로 아이폰7의 중국향 판매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분야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자국 내 판매 비중 확대 및 반도체 탑재량 확대로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입 속도는 늦춰질 전망"이라며 "이는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중국 반도체업체의 미국 반도체기업 인수합병(M&A) 및 기술 협력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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