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자신감일까 허풍일까. 그것도 아니면 위기의식일까.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또 다시 독설을 퍼부었다. 대상은 역시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의 경쟁 상대인 아마존웹서비스(AWS)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6' 행사 셋째날인 20일(현지시간)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기조연설 내내 '아마존'의 이름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언급됐다.
그는 AWS가 오라클보다 성능이 뛰어나지 않을뿐더러 저렴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폐쇄적이기까지 하다고 깍아 내렸다.
'데이터베이스(DB) 제왕'이라는 오라클의 명성을 자랑하듯 '클라우드 기반 DB'의 성능을 공격의 무기로 삼았다. AWS의 가격경쟁력마저 무시하며 결국 '역린'을 건드린 형국이. 그는 "아마존에게 긍정적인 무언가가 있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더했다.
이날 래리 엘리슨 회장의 키노트에선 '아마존 레드시프트는 왜 그렇게 느린가', '아마존 오로라는 왜 그렇게 느린가' 등이 슬라이드의 제목을 차지했다. AWS는 현재 분석(analytics) DB인 레드시프트를 비롯해 관계형 DB인 '오로라'와 NoSQL DB '다이나모DB'를 제공하고 있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AWS는 오라클 DB는 물론 AWS 고유의 DB조차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구동되는 오라클 DB가 AWS 위에서 운영되는 오라클 DB보다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는 8배 빠르며, 분석은 24배 빠르다"며 "아마존 자사 DB(레드시프트) 역시 오라클 클라우드보다 105배가 느리다"고 강조했다.
이어 "OLTP를 레드시프트에서 테스트 했을 때는 (오히려) 너무 느려서 측정이 어려웠고 수천 배 느렸다"며 "분석도 우리가 105배 빨랐다"고 지적했다. 성능 차이는 결국 비용 차이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반박을 하려면 하나씩 모두 테스트를 해보고 해달라"며 "그렇지만 모두 사실이라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AWS의 폐쇄성을 지적할 때는 독설이 절정에 달했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이어 "AWS는 IBM의 메인프레임보다도 훨씬 더 폐쇄적"이라며 "내 나이(72세)에도 레드시프트가 어디서 작동하는 지는 외우기 쉽다. 한 군데서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WS의 레드시프트가 오직 AWS에서만 구동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IBM의 메인프레임은 IT업계에선 폐쇄의 상징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타사 제품과 호환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오라클 DB는 온프레미스와 오라클 클라우드 환경은 물론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에서도 동작한다며 AWS와 대조시켰다.
그는 "아마존 클라우드를 많은 사람들이 채택하기 쉽다고 오해하고 있다"면서 "AWS에 가입하면 더 이상 빠져나올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독설은 역설적으로 래리 엘리슨 회장, 즉 오라클이 그만큼 AWS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는 두 번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독 AWS만을 지목해 공격했다. SAP, IBM 등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2년 전 AWS가 오로라를 출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라클이 AWS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AWS는 클라우드 DB 서비스 사업 성과를 세세히 공개하지 않아 오라클과 달리 베일에 싸여 있는 편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지금까지 AWS의 클라우드 사업은 무섭게 성장해왔지만 주로 클라우드 인프라(IaaS) 위주였다. AWS의 매출은 지난 2분기에도 58%나 성장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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