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한국 위스키 시장이 특정한 1~2가지 제품의 성공만으로는 위스키 문화를 키워나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과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한국만의 위스키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가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위스키 시장을 다시 한 번 성장시키기 위해 위스키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대표는 네슬레·켈로그·존슨앤존슨을 거쳐 현재 글로벌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에서 한국과 일본 시장 모두를 3년째 총괄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세계 18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1위 주류회사 디아지오의 한국법인으로, 윈저·조니워커·헤이그클럽·스미노프·기네스·베일리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윈저'는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았으며 지난 2006년부터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조 대표는 장기간의 하락세에서 성장세로 돌아선 일본 위스키 시장과 한국 시장을 비교하며 한국 위스키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피력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위스키 시장은 지난 2009년 이후 8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일본 위스키 시장은 2009년 이래 최근 8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88년 약 3천만 상자(1상자=9L)로 최대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 위스키 시장은 약 20년 동안 장기 침체를 겪으며 2008년 약 830만 상자로 1988년 대비 약 72% 감소했다. 이후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던 시장 규모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약 1천500만 상자로, 바닥을 찍은 2008년 대비 75% 늘어났다. 특히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연평균 8.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위스키 문화가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라며 "위스키의 가치와 정통성을 바탕으로 위스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소비자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대중적이고 친숙한 문화, 깊이 있는 지식까지 한국 위스키 시장 보다 크게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는 경기 불황과 더불어 소비자의 건강 지향 트렌드와 독주 기피 현상 등으로 위스키 시장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산토리 위스키의 하이볼 프로모션 등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이후 20년이 넘는 침체기를 뒤로 하고 위스키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대표는 "일본 업체들이 위스키가 가진 잠재력을 대중에게 어필하고자 시장에서 했던 노력은 바로 새로운 음용 방법을 알리는 것이었다"며 "일본 인기 여배우를 기용한 TV 광고 등으로 20~30대 젊은 층의 수요를 발굴하고 소비자의 음용 패턴이나 문화와 가깝게 다가가면서 위스키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은 음용법 외에도 위스키를 마시는 장소에도 변화를 꾀했다. 2009년부터 일본 위스키 업체들은 술집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하이볼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하이볼은 위스키와 소다수 등을 섞은 제품으로, 위스키의 향과 맛은 그대로 즐기면서 알코올 도수가 낮아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일본 업체들의 노력과 더불어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총 150부작으로 방영된 NHK의 드라마 '맛상'도 위스키 대중화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위스키 회사 닛카의 위스키 창업주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평균 21.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또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역시 식사와 함께 하이볼을 곁들이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며 위스키와 대중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조 대표는 "일본 위스키 업체들의 노력과 함께 방송 매체를 통해 위스키가 자주 노출되면서 일본에서는 위스키가 하나의 문화로 발전하게 됐다"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비롯해 다양한 위스키 관련 서적과 콘텐츠가 대중에게 어필한 것도 위스키에 대한 인식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시장은 2002년 359만2천760상자에서 성장을 멈추고 2008년 약 286만1천 상자였던 출고량이 지난해 약 176만5천150 상자로 38% 하락했다. 시장 규모는 2000년대 초반만해도 1조원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약 6천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위스키가 중요한 사람과 즐기는 고급 술 이미지가 강하고 가격이 비싼데다 독주라는 인식이 강해 자주 먹거나 혼자 먹기에 많은 이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도 이들에게 더 큰 위기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의 접대비 건당 한도가 음식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규정된 만큼 단가가 높은 위스키 매출이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에서 직격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디아지오코리아는 소비층 확대를 돌파구로 삼고 다양한 장소에서 위스키를 소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곳은 기존 중장년 남성 중심 술 문화를 벗어나 젊은 층과 여성을 타깃으로 지난해 W 아이스, W 레어 등 저도 위스키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에는 조니워커 200ml 소용량 제품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은 조니워커 레드 제품으로, 기존 700ml 출고가(2만4천607원) 보다 5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는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위스키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다"며 "최근 레스토랑, 펍, 이자카야 등 기존에 위스키를 판매하지 않는 장소에서도 소비자가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음용방법도 곧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오랜 침체를 딛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시장과 같이 국내 위스키 시장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스카치 위스키의 핵심 가치와 정통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통해 위스키 문화를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오카(일본)=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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