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2016년 임금·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둘러싼 자동차 업계의 '하투(夏鬪)'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노사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렵게 잠정합의안을 이루고도 노조의 반대로 합의안이 부결되는 등 노사 갈등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2016년 임단협을 진행 중인 곳은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4개사다. 쌍용자동차만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현대차의 경우는 지난 24일 21차의 교섭 끝에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지난 26일 치러진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78%가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부결됐다.
노사가 어렵게 이끌어 낸 잠정합의안은 ▲임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및 주식 10주를 각각 지급키로 하는 내용이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원인은 예년에 비해 낮은 임금인상 때문이라는 시각이 짙다.
박유기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이날 잠정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압도적인 부결이라는 결과를 보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한다. 조합원들의 기대와 자존심을 충족시키지 못한 잠정합의를 이룬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지부장은 "지부임원과 상무집행위원회의를 통해 부결 이후 올해 임투 방향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섭 및 파업투쟁 방침을 결정해 조합원을 중심에 둔 임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노사는 빠르면 이번주부터 재협상에 돌입한다. 다만 노조가 이례적으로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만큼 불만을 표시하면서 노사 간 합의는 다시금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해 교섭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의 신임을 잃은 집행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경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함께 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도 본격적인 임금협상을 진행 중에 있지만 합의점 도출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아차는 지난 25일 열린 10차 교섭에서 사측이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않아 교섭이 무산, 3차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한국GM 노조도 임금협상이 종료될 때까지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르노삼성의 경우는 기본급 7만5천원 인상과 SM6·QM6 신차 출시 격려금 등을 두고 원만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임단협 재협상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올해 노사 이슈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합의안 부결은 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재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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