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국내 완성차 노조가 22일 금속노조가 주관하는 총파업에 동참했다.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완성차 3사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집결해 사측의 성실한 공동교섭 참여와 2016년 임금·단체협약 승리, 정부의 노동 개악 철회 등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금속노조 조합원은 노조 추산 약 1만5천명에 이른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 위원장은 이날 총파업에서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기아차그룹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측이 공동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투쟁은 8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업을 벌이게 된 기아차 역시 8월 2차·3차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성갑 기아차 노조 위원장은 "기아차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파업의 사슬을 끊고 공장 라인을 멈추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상여금과 통상임금문제, 재벌 개혁은 물론 정부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기아차 노조 역시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날 파업에 동참한 한국GM도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공장별 미래발전방안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3개월 간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그룹 본사와 서울 여의도, 울산 등 전국적으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에는 노조 추산 15만명(경찰 추산 8만6천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9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이후 하루 기준 최대규모 총파업이라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총파업 요구 사항으로 ▲재벌개혁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 ▲단체협상 개악안 철회 및 생활임금 보장 등을 앞세우고 있다.
◆정부·정치권, '귀족노조 파업' 비판…"습관성 파업은 공멸"
자동차 업계가 공동 파업에 나서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매년 되풀이되는 귀족노조 파업'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 의결은 우리 사회의 90%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하는 행동"이라며 "현대차 노조의 파업도 금속노조의 전국 연대파업에 따른 '기획파업'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역시 "대기업의 귀족노조 파업에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며 명분없는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9천600만원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상층 근로자들"이라면서 "상층근로자의 이기심 때문에 사내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피눈물을 흘려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노조의 파업을 두고 "습관성 파업"이라고 꼬집으며, "노조가 습관성 파업을 계속한다면 모두가 공멸하자는 이야기다. 즉각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나흘째 이어진 파업으로 인해 2천500억원 규모의 매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 휴가 기간이 끝나는 오는 8월 8일 이후 본교섭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영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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