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에 대해 3일 증권사들은 "단기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만큼 인센티브가 충분한 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날 금융위는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해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금융투자업자 지정 기준(자기자본 3조원)을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나눠 신규 업무 범위를 설정한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1년 이내 어음 발행이 가능해진다. 8조원 이상인 경우에는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기업 대출 업무도 할 수 있다. 또 대형증권사가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NCR) 부담도 완화한다.
◆"대규모 증자 추진할 유인 부족"
이에 대해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조원, 8조원 이상 자기자본 사업자에 대한 메리트는 현행 규제로도 레버리지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대규모 증자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4조원 이상 사업자에 제공되는 ▲발행어음을 통한 기업금융 업무 ▲기업 상대 일반 외국환업무만으로는 주주의 설득이 어려우므로 쉽게 유상증자로 대응할 증권사는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며 "또 이 업무와 깊은 보완관계인 기업 신용공여 업무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올리는 조치는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방안이 실질적인 증권사 사업영역 확대 및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그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대 노력이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8조원까지 자본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필요 자본 조달 규모가 너무 크고 4조원까지 확대 가능성이 있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신규 사업 확보의 시급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또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 8조원이 돼도 기업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적용을 받기 때문에 조달 비용을 낮출 수는 있어도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종합투자계좌는 은행의 수신업무를 증권사가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자기자본 8조원의 허들이 존재해 회사 입장에서는 증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희석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감수할 만큼의 인센티브가 충분한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달측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발행은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사는 2% 초반대의 채권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형 증권사에는 수혜 기대 돼
일부 대형 증권사 위주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업 규제 변화의 영향 강도는 증권사마다 상이할 전망인데 자금여력이 높고 자산관리시장에서 상품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증권사가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발행 어음 및 종합투자계좌를 통한 기업신용공여 확대, NCR 규제완화로 인한 투자 여력 증가를 바탕으로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기능이 강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의 기업신용공여 규모는 2조7천억원 수준으로 총자산 대비 0.74%에 불과하다. 과거 골드만삭스의 총자산 대비 여신 비중이 4.4%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권사의 기업신용공여 규모가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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