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기자] 홈쇼핑 심의위반 건수가 매년 증가하며 불신을 사고 있다. 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홈쇼핑업체의 상품판매방송 중 모두 50건이 방송심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84건의 제재조치 및 행정지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6개월만에 지난해의 약 60%에 해당하는 심의 조치가 취해졌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말께는 상·하반기 전체 심의위반 제재 수가 지난해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홈쇼핑업체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제재 수는 2010년 27건, 2011년 62건, 2012년 70건, 2013년 76건, 2014년에는 78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이중 CJ오쇼핑이 올 상반기 홈쇼핑 심의위반 제재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총 50건의 제재 중 CJ오쇼핑이 행정지도 및 제재조치 13건을 기록하며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제재를 기록했다. 뒤로 이어 N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각 9건, 홈앤쇼핑이 7건, GS홈쇼핑이 6건, 롯데홈쇼핑이 5건, 공영홈쇼핑이 1건을 기록했다.
심의 의결된 내용을 보면 '의견제시' 지도 5건, '권고' 지도 21건, '주의' 조치 14건, '경고' 조치 6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조치가 4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1년 동안 1건에 그쳤던 관계자 징계 조치가 4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 징계는 방통심의위 제재 수위 중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한다. CJ오쇼핑이 1건, NS홈쇼핑이 1건, 홈앤쇼핑이 2건의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특히 CJ오쇼핑과 홈앤쇼핑,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쿠쿠 정수기' 렌탈 서비스 소개방송을 진행하면서 정수기의 특정 필터가 칼슘, 나트륨 등 미네랄을 추가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등 허위 내용을 전달해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정수기 렌탈 서비스의 계약 기간이 60개월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점과 정수기 필터의 특수 기능을 통해 미네랄이 추가된 물을 마시려 했던 시청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을 고려해 중징계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J오쇼핑과 홈앤쇼핑은 관계자 징계, 현대홈쇼핑은 주의를 받았다.
◆허위·과장 광고 반복에 '롯데홈쇼핑 사태'까지…"신뢰도 회복위한 자구책 필요"
업계 관계자들은 홈쇼핑 판매 방송이 대부분 생방송으로 이뤄지다보니 예상치 못한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며 방송 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을 수년 간 진행한 베테랑 쇼핑호스트라 해도 생방송 상황에서는 종종 흥분하기도 한다"며 "특히나 판매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조금 더 잘해보려는 마음에 몇 마디를 더 붙이게 되고 그것이 '과장 광고'로 판단돼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쇼핑호스트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생방송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오는 말을 모두 컨트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홈쇼핑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 자체적인 노력을 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이미 홈쇼핑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사전·사후 관리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방송심의위의 제재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홈쇼핑업체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홈쇼핑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시정 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사후 모니터링을 엄격히 하는 등 자구책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쇼핑업계의 허위·과장 광고 방송이 되풀이되며 방통심의위의 제재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롯데홈쇼핑이 채널 재승인을 위해 로비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지며 홈쇼핑업체들은 재승인 심사 기준이 높아지지 않을지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3대 중점 관리 과제'를 하며 TV홈쇼핑의 재승인 요건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TV홈쇼핑 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부합동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와 재승인 기준을 검토하고 불공정행위가 반복 발생할 경우 재승인을 거부하는 방안을 적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바 있다.
홈쇼핑사들은 5년 주기로 미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내년 3월 재승인을 앞두고 있다. 작년에는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이, 올해는 홈앤쇼핑이 재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홈쇼핑의 사태 등으로 홈쇼핑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난 6월 홈쇼핑업체들이 줄지어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받아 그 신뢰가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홈쇼핑 방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경우 관계 부처의 재승인 심사 기준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정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