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지난 24일 영국 국민 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앞으로 금융시장에서 주의깊게 살펴볼 체크 포인트는 무엇일까.
27일 전문가들은 ▲파운드화 추이 ▲신용경색 여부 ▲유럽연합(EU) 추가 이탈 여부 ▲중국 분위기 ▲4분기 미국 대선 결과 등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안정 회복 여부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이번 브렉시트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빨리 안정을 회복할지 여부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파운드화 위기는 지난 1980년 이후 3차례 정도의 발생한 적이 있다. 1980년대 초반 제2차 오일쇼크와 영국의 구조적 리스크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로 파운드가 급락했었다.
또 1992년에는 조지 소로스가 이끈 헤지펀드들이 1천1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를 투매하며 파운드화를 공격했는데, 당시 영란은행은 파운드 매입, 금리 인상 등의 정책을 시행했지만 환율 방어에 실패하며 파운드가 급락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국제금융시장의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며 파운드가 급락을 보였었다.
박 애널리스트는 "과거 3차례 파운드화 위기를 경험할 당시에 비해서 현재 경제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상 및 재정수지, 즉 쌍둥이 적자수준이 파운드화 가치 불안 혹은 투기세력의 파운드화 공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신용경색으로 확산될지 지켜봐야
삼성증권에서는 현 사태가 신용경색으로 확산되는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영국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의 확대 여부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과거 유럽 신용위기 시 5년물 CDS 기준으로 영국CDS 프리미엄의 범위는 60~100bp에 달했는데, 현재 수치는 44bp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현 사태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주도하는 자산은 파운드화와 엔화의 외환시장"이라며 "파운드화가 1.4달러 아래에서 높은 변동성을 유지하거나, 엔화가 달러당 100엔 이하에서 머물 경우 위험 관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정책 발휘 여부도 체크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페그제 국가 중심으로) 정책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겠고, 특히 주요국간 스왑 라인이 개설 및 확대된다면 외환시장 1차 안정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경로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동성 공급은 현 사태가 신용경색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유동성 공급 조치가 없으니 정책 대응이 미흡하다'는 식의 단편적인 접근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또한 시장 변동성 확대 시 공매도 제한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으며, 추가 금리 인하 및 추경 확대가 논의될 수 있는 배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했다.
◆ 추가 EU 이탈 여부에도 관심
키움증권의 홍춘욱 애널리스트는 영국에 이어 다른 국가의 추가 EU 이탈이 나올 것인지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추가적인 탈퇴 국가 발생시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EU 내 분리 독립운동 세력의 지지율 변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봤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 조사에 따르면 "영국이 EU 탈퇴시 연쇄적인 EU 탈퇴가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응답에서 주요국 국민 대부분은 "탈퇴가 일어날 것"이라 응답한 상황이다.
홍 애널리스트는 "물론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제 부진 우려가 부각되는 만큼, EU 내 추가적인 분리 독립 움직임은 억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 EU 탈퇴를 주장하는 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더 나아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 추가적인 이탈 국가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브렉시트 이후 금융․ 경제 여건을 전망함에 있어, 유럽 주요국의 정치지형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브렉시트 이후인 지난 26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 재선거에서 반 EU 정당인 포데모스가 당초 선전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2석 증가에 그치고 기존 제1당인 국민당이 13석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탈 EU에 대한 불안감이 표심에 영향을 준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충격파는 어느 정도?
브렉시트 후 중국이 얼마나 충격을 받을 것인지에도 주목할 만한 이슈라는 의견도 나온다.
SK증권의 한대훈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의 급락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중국에 대한 우려였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나 유로존의 실망감 등으로 촉발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을 만들었는데, 이는 중국의 부채문제와 연결돼 금융시장의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중국에 특별한 충격은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위안화가 CNH(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기준으로 약 1% 가량 급등하기는 했지만, 달러 인덱스가 약 2.5% 반등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란 해석이다.
◆미국 대선, 승기는 어디로 가나
SK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이탈리아 로마에서 비르지나아 라지가 사상 첫 여성시장으로 당선됐으며, 무슬림 출신인 사디크 칸이 런던시장에 당선되는 등 예전같으면 나타나기 어려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대공황 수준까지 확산된 소득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이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금요일, 영국의 EU 탈퇴를 "위대하고 멋진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여 올해 하반기 트럼피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4분기에는 금융시장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관측했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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