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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백지화, '與 텃밭 분열' 부담 작용했나


영남 둘로 쪼개져 10년 갈등…與 내에서도 "고심 끝 차선책" 평가

[윤채나기자]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은 프랑스 파리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 모두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난 데 따른 것이지만, 일부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 추진됐다. 당시 35개 후보지가 밀양과 가덕도 두 곳으로 압축됐고 울산·경남·대구·경북은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각각 지지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2011년 타당성 조사 결과 밀양과 가덕도 모두 탈락하면서 계획이 백지화됐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신공항 논란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했고, 이날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밀양과 가덕도 간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또 한 번 갈등이 일었다.

만약 밀양과 가덕도 둘 중 한 곳으로 신공항 입지가 정해졌다면 탈락 지역의 반발이 폭발하면서 정치적 후폭풍이 불어 닥쳤을 게 자명하다.

특히 여권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든 텃밭인 영남권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팽배했다. 전통적 지지기반이 무너질 경우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 국정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실제 새누리당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가 탈락할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고, 부산에 지역구를 둔 친박계 중진 김정훈 의원은 '밀양 유력설'이 퍼지자 "잘못하면 정계 개편으로까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공항의 정치적 파급력은 연구용역 과정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ADPi 측은 21일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신공항 후보지가 선정됐을 때의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신공항이 백지화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파기한 셈이 됐지만, '최악의 선택'은 피했다는 평가가 여권 내에서 나온다. 긴장 속 정부 발표를 지켜보던 대구·경북(TK),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아쉬움 속 정부 발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밀양, 가덕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연구용역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그간 신공항 유치 경쟁 과정에서 일부 갈등과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입지 평가 결과가 나온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평가 결과를 수용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채나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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