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예상보다 더욱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물가와 달러가치, 유가는 오른다는 것이 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경제성장률 전망, 2%대 중·후반까지 떨어져
전문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내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이는 작년 12월 전망(3.0%)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 역시 지난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8%로 낮췄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 KB투자증권 2.6%, 하나금융투자 2.6%, 미래에셋대우는 2.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가 목표로 잡고 있는 3.1%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3.1%로 잡고 있던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KDI는 "상반기에 집중된 정부 재정투입이 하반기로 갈수록 약해지고,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 진작 정책도 종료되면서 우리 경제성장률이 2분기 3.0%, 3분기 2.4%, 4분기 2.2%로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본격화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의 성장률을 제시한 미래에셋대우에서는 "수출의 감소와 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인해 내수 경기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며 "2015년 이후 제조업 고용 둔화를 상쇄하던 서비스 일자리 수 증가 속도도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모멘텀은 서서히 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KB투자증권에서도 "하반기 경제는 예상보다 어려울 전망"이라며 "소비와 정부지출 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외수요는 어려운 데다 총투자 역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고 봤다.
하나금융투자에서는 "연초 내수절벽 이후 국내 기업의 투자감소와 고용시장 부진으로 하반기 내수에 대한 불안감이 부각되고 있다"며 "저유가와 중국의 체질개선은 국내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저유가 기조가 지속돼 국내 수출의 역성장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물가, 하반기부터 디플레 공포 벗어날 것으로 예상
소비자물가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올 하반기부터 점차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6년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 내외에 머무는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지만,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하반기 이후 점차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물가안정목표 수준에 근접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일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물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달갑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2%대의 물가목표치를 제시하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는 데 힘쓰는 이유다.
KB투자증권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 하반기에는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1.6%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2.2%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에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반등과 수요 개선으로 물가가 오름세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인플레이션율은 1.2%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따라 달리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씨티은행에서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한은 전망치(1.2%)에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골드만삭스는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환율 상승 효과로 나타나 수입이 증대되고 결국 소비자물가도 상승할 것이란 판단이다.
◆환율, 달러 강세 이어져…환율조작국 변수 있어
환율은 미국의 경제 실적 호조 등으로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겠으나, 미국 환율 보고서 등 대외 변수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자국을 상대로 200억 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내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 이상인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한다. 이는 매년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데 미국의 교역 상대국만 배 불릴 수 없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49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간 한국은 환율조작 의심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한국은 그러나 그 전 단계인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직접적인 제재는 피했지만, 앞으로도 시비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원/달러 환율은 미국 통화정책 결정과 국내 외국인자금 유출입 및 국가신인도 등 주요 변수의 향방에 따라 등락하며 연간으로는 전년보다 54원 상승한 1천185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BNK투자증권에서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연평균 1천180원 정도로 전망한다"며 "약한 펀더멘털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지만 미국 환율 보고서 등 대외 변수의 개입은 원화 약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천170원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 당국의 의지에 따라 달러 강세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KB투자증권에서도 "올해 국내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천165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1월에 제시한 1천150원에 비해 15원 상향한 수준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각국의 금리 차보다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격차 등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에서는 올해 적정 원/달러 환율이 1천50~1천100원으로 제시하면서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반대 견해를 제시했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소폭 저평가 국면에 있고 약달러 전환 가능성과 구조적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할 때 원화 절상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신한금융투자 측의 설명이다.
◆유가, 하반기 반등…배럴당 50 달러 돌파 의견 갈려
올해 하반기 유가는 대체로 상반기 대비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2016년 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4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상반기 WTI 가격은 배럴당 30 달러대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중심의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을 축소했고 OPEC의 원유 생산은 정체 흐름을 보이면서 공급은 둔화될 전망"이라며 "라니냐 발생 시 난방수요 유입 등으로 수요는 개선을 보이고 달러화 약세로 인해 유가에 우호적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제 유가에 비관적이던 골드만삭스 역시 유가 단기 전망을 상향 조정해 올 하반기에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NH투자증권에서는 "2014년 하반기 배럴당 60달러였던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 지난해 말 50달러 밑으로 내려간 만큼 유가가 50달러를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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