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미래에셋증권과 오는 11월 합병 예정인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소액주주들의 합병 반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집단소송도 본격 확대하려는 양상이다.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2월 대우증권 소액주주 모임을 만들고 소송 등 집단행동 준비에 나섰다. 현재 회원 수는 1천명 이상이고 이들이 보유중인 대우증권 지분 규모는 2.4%인 약 800만주라는 것이 모임 측의 설명이다.
모임 측은 지난달 29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우증권 인수 과정에서 미래에셋의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집단소송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우증권 소액주주 모임의 정종각 대표는 "회계장부열람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었는지 확인해 관련자를 고발하는 것은 물론, 집단소송도 곧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모임과 별도로 추진되는 또다른 집단소송도 확인됐다. J 법무법인은 지난 3월 대우증권 소액주주 6명을 모아 산업은행(대우증권의 전 최대주주)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법무법인은 최근 소송인단을 대폭 확대하고자 3월에 제기했던 손배소를 취하하고 제2 집단소송을 위한 소액주주 모집에 나섰다.
J 법무법인 관계자는 "집단소송에서 소액주주 측이 승소한 사례들을 보면 소송참가자가 많았던 경우 승소가 가능했다"며 "현재까지 우리에게 위임장을 접수한 소액주주는 15명이지만, 200여명의 소액주주가 문의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 왜 화 났나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에셋증권이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한 것, 다른 하나는 ▲대우증권이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저평가 됐다는 것이다.
차입인수는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이를 배임으로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당시 피인수회사가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는 등의 이유로 차입인수에 대해 배임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차입인수와 관련된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7일 산업은행에 대우증권 인수 비용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종료했다. 인수비용은 대우증권 지분 43%의 가격인 2조3천205억원과 패키지 매물인 산은자산운용 인수대금 641억원을 합한 총 2조3천846억원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9천560억원을 유상증자해 조달하고 지난 4월에는 신한은행에서 인수금융으로 6천억원을 빌렸다. 그 외 8천286억원은 보유현금으로 충당했다.
소액주주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신한은행에서 빌린 6천억원이다. 소액주주들은 합병 뒤 대우증권 자산으로 변제하는 이른바 차입인수 방식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 산정도 대우증권에 불리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합병비율이란 피합병회사 주식과 합병회사 주식의 주식 교환비율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각각 2.97대 1의 합병비율로 지난 13일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합병은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합병 후 출범하는 증권사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
이때 기존 대우증권 주주는 보유중인 대우증권 주식 1주가 합병 후 증권사 1주로 바뀌게 된다. 반면 기존 미래에셋증권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는 합병 후 증권사 주식 2.97주로 바뀐다. 즉, 현 미래에셋증권 주주가 합병 후 증권사의 주식을 약 3배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주가비율이 1.93대 1이었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미래에셋증권의 기업가치가 그 정도로 확 높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생각인 것이다.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은 이를 이유로 자신들이 미래에셋증권 주주보다 푸대접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합병계약 체결일 전날 기준으로 최근 1개월과 1주일, 1일의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해 산정하게 돼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로 인해 미래에셋증권 쪽에서 합병계약 체결 시기를 의도적으로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높을 시점에 맞춰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대우증권 소액주주는 "인수회사가 합병계약 시기를 조율할 수 있고, 주가 역시 일시적으로 조정될 수 있어 현행 합병비율 산정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인수주체 회사 위주로 합병비율이 결정될 수 있는 현 구조에서 피인수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피인수 기업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문제제기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항상 반복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합병비율, 대우증권에 불리해"
소액주주들의 불만 외에도 자산 기준 기업평가 지표인 주당순자산배수(PBR)로 살펴보면 그동안의 패턴과 달리 이번 합병비율 산정시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보다 고평가됐다는 증권가 분석도 있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양사의 합병비율을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고 판단한 리포트를 냈다.
합병비율 산정에 적용된 합병가액은 대우증권이 7천825원으로 PBR 0.61배, 미래에셋증권은 2만3천253원으로 PBR 0.78배로 미래에셋의 가치가 약간 더 높다. 그러나 서 애널리스트는 "양사의 최근 3년(2013~2015년) 평균 PBR을 보면 대우증권이 0.89배, 미래에셋증권이 0.82배로 오히려 대우증권의 가치가 다소 높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확산 움직임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측에서는 "차입인수나 합병비율에 대해 시장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상세히 해명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인수금융자금으로 빌린 6천억원은 인수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시행한 것이었으며, 대우증권 자산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미 금융당국에서도 이번 건을 차입인수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넘어간 사안이며, 합병비율도 상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에 진행해 산정된 것으로, 인위적으로 시기를 조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매수청구권 등 법적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통해 소액주주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영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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