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도로에서 전기차를 마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전기차의 종류도 과거에 비해서는 다양해졌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정책도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러나 막상 전기차 구매를 마음 먹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번 충전으로는 먼 거리를 갈 수 없는 전기차의 핸디캡도,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양산형 전기차 1위인 닛산 리프를 직접 몰아보면서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해보기로 했다. 주행 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하루 코스를 선택했다.
◆완충 시 최대 132㎞ 주행…부족한 충전인프라 '해결 과제'
리프는 1회 충전에 132㎞를 달릴 수 있다. 출발지인 서울 영등포에서 목적지인 인천 송도까지는 약 43㎞. 전기가 100% 충전된 상황에서 이 구간을 왕복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지만 괜시리 불안감이 든다. 도로환경과 에어컨·히터·라디오 등 장치 사용 등을 고려할 때 주행 가능 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남은 주행 거리가 '㎞'로 표시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동선을 짠다면 불편은 없다.
막힘이 없는 고속 구간을 주로 사용해 첫 번째 목적지인 송도신도시에 도착하자 배터리는 82%에서 47%까지 떨어졌다. 송도 시내를 이곳 저곳을 더 움직이자 배터리는 40%까지 내려갔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충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사이트(http://www.ev.or.kr/web/main)에 들어가면 쉽게 지역별 충전소를 검색할 수 있다. 다행히도 약속장소 주변인 송도 컨벤시아 지하에 충전소가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이곳의 충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6㎞ 떨어진 연수동까지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직접 전기차 충전소를 찾다보니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피부로 느껴진다. 인천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는 총 11곳,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발달한 서울조차 38곳에 그친다. 여기에 급속충전기가 갖춰지지 않은 곳 등을 제외하면 충전소 인프라는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열악한 수준이다.
송도 컨벤시아에 마련된 충전소는 다행히도 급속충전이 가능한 곳이었다. 지난달부터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 유료화가 시행되면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후불 교통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를 해야하는데 사용가능한 카드사가 3개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카드가 없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어렵사리 충전 커넥터를 차에 연결하고 시간을 보냈다. 배터리가 40%에서 94%로 충전되는데 걸린 시간은 40분. 전기 충전 비용은 2900원 정도가 들었다. 1시간에 1천200원인 주차비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전기차의 힘과 성능, 내연기관 못지않아
닛산 리프를 타면서 느낀 반전 매력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의 힘과 주행성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소리없이 달리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다.
리프에 장착된 AC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 80㎾(109마력), 최대토크 254Nm(25.9㎏·m)의 힘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의 경우 출력과 토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전기차인 리프는 초기 가속 순간부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부드러운 가속과 핸들링에 민첩함까지 갖춘 리프는 '전기차로는 달리는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나뭇잎(Leaf)을 뜻하는 차명은 '배출가스가 전혀 없이 대기를 정화한다'는 뜻이지만, 나뭇잎처럼 부드럽고 경쾌한 주행성능을 선보인다는 의미에도 적용될 듯하다.
닛산 리프는 주행성능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저렴한 유지비 등을 고려했을 때 출퇴근용으로 매력적인 차다. 하지만 짧은 주행거리와 한없이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 구매에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집이나 회사에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거나, 전기차 충전을 위해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는 '얼리어답터' 성향의 운전자라면 불편함을 감내하고라도 구매할 만한 매력은 충분히 갖췄다.
이영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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