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와 첨단 자동차 기술의 결정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핵심 경영 전략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강조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기술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지난해 론칭한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다. 현대차가 가진 대중적인 이미지와 차별화해 전세계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 토요타의 렉서스나 닛산의 인피니티와 같이 별도의 브랜드를 앞세워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의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이 올해 주총 핵심 메시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안착을 강조한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오는 2020년까지 ▲중형 럭셔리 세단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 총 6종의 모델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안전·편의·커넥티비티(연결성) 기반의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4대 핵심 속성'을 바탕으로 BMW와 벤츠 등 글로벌 명차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명차 브랜드와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 초 제네시스 브랜드의 별도 전담조직을 신설, 차별화된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람보르기니에서 브랜드를 총괄했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신임 전무를 영입해 제네시스 브랜드 운영 전략을, 벤틀리 전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 평가되는 루크 동커볼케에게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의 임무를 맡겨 명품 브랜드로서의 제네시스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고객 초청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피츠제럴드 전무와 동커볼케 센터장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10년 내 고급차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첫 발 내딛은 EQ900 '순항 중'…올해 글로벌 시장 도전장
국내시장에 먼저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이자 초대형 럭셔리 세단인 EQ900은 일단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 출시 3개월만에 누적 계약대수가 2만대를 넘어서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여타 고급 세단과 비교해 전문직 등 개인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은 젊은 이미지를 반영해 변호사 등 전문직 고객이 상당수 유입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외산차 보유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순항 중인 EQ900은 글로벌 시장에 '제네시스 G90'이라는 현지명으로 순차적으로 출시, BMW와 벤츠, 아우디 등 독일차 브랜드와 렉서스, 인피니티 등 글로벌 명차 브랜드와 치열한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올 초 '2016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세계 시장에 공식 데뷔 무대를 가진 G90은 올 상반기 중 미국 시장에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고급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이뤄냈을 때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도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데이브 주코브스키 사장은 G90을 북미 시장에 소개하며 "제네시스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저력을 보여준 만큼 새롭게 론칭할 제네시스 G90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후 G90은 중국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도 데뷔전을 치른다. 다만 고급차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에서의 출시 계획은 아직 잡혀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론칭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양대 럭셔리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해야 한다"며 "초기 시장이 한국과 미국, 중동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디젤엔진 출시를 계기로 유럽 판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800만대를 생산·판매하면서 세계 5위권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면서 "그러나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가 아닌 대중차 이미지에 머물고 있고, 타 경쟁사 대비 수익 측면에서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미지를 높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대중 브랜드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한 수익의 극대화라는 투 트랙 모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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