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중국 IT 기업 레노버가 지난해 화웨이에 밀려 세계 스마트폰 3위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모토로라 인수로 세계 3위권 안착을 노리던 레노버의 질주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레노버는 홈그라운드인 중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모토', '바이브' 등 스마트폰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티스(SA)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7천390만대로 4위를 차지했다. 판매량은 지난 2014년 대비 약 20%가 감소해 5위권 업체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더구나 화웨이가 중국 제조사 최초로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하면서 레노버의 성적표가 더 초라해졌다.
SA는 "지금까지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지난 2014년 모토로라를 인수 했을 당시보다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레노버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회계연도 3분기) 휴대폰 사업 부문 매출은 32억4천500만달러(약 3조8천억원)로 전년대비 4% 줄었다. 전체 매출도 129억1천300만달러로 2014년에 비해 8%줄었다.
레노버는 시장이 하향세에 접어든 PC 매출 비중이 60%가 넘어서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려 했고, 이 일환으로 지난 2014년 모토로라도 인수했다.
그러나 레노버는 최대 스마트폰인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샤오미 등에 밀려 입지를 잃고 있다. 레노버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더뎌졌다"고 인정했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20~30대가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이 젊은 이미지를 찾는 데 비해 레노버는 오래됐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여기에 차이나모바일과 막역하던 레노버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규제하면서 타격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화웨이, 샤오미, 애플 3강 구도로 굳어진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강경수 연구원은 "올해 중국 시장에선 화웨이, 샤오미, 애플 3강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업체들은 입지를 넓히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레노버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매출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노버는 지난해 4분기 카날리스, SA 조사에서 4위권 밑이었던 인도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이 3위까지 올라 희망을 보기도 했다.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다른 시장에서 다른 게임을 펼치겠다"며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선진 시장에선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해 수익을 개선하면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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