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년 연속 매출 200조원 달성에는 성공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줄어 고강도 비용 절감을 통한 이익 증가 등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3분기 7조원대 영업익의 버팀목 역할을 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부품) 실적이 감소한 게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적이 다시 둔화됐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8일 삼성전자는 작년 매출 200조3천400억원, 영업이익이 26조3천7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9% 감소했으나 영업익은 5.4%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매출 200조원을 돌파한 뒤 2013년에는 매출 228조7천억원 영업이익 36조8천억원으로 '200조-30조' 신화를 쓰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4년 매출액 206조2천원 영업익 25조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매출과 이익이 동반 감소한 것은 IMF 이후 처음이다.
다행히 지난해 영업익이 늘며 스마트폰 시장 포화, 중국 업체들의 파상공세 등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같은기간 매출이 재차 감소하며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를 줄이는 이른바 '마른 수건 짜기'식 비용절감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완제품 실적이 둔화돼 외형적 성장 지표인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며 "수익성 방어에 초점이 맞춰지면 공격적인 투자, 신기술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어 신성장 동력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실적 둔화, 4분기 기대치 밑돌아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영업익 6조5천억원)를 밑도는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6조1천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TV 및 가전(CE부문)만 성수기를 맞아 선방했고, 휴대폰(IM부문)이나 부품(DS)부문은 영업이익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환율 효과가 꺾인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지난해 3분기 원화 약세로 영업익에서 8천억원 가량의 환율 효과를 봤지만, 4분기엔 이 같은 긍정적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분기보다 영업익이 감소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결제 기반이 달러인 반도체의 경우 3분기에는 환율 효과가 더해졌지만, 4분기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영업익은 전분기 3조7천억원보다 감소한 3조원 초반대로 추산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증권 김경민 연구원은 "D램과 낸드의 출하 증가 수준이 시장 예상 대비 부진하다"며 "D램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전분기 대비 15%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1조원에 육박하던 전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만 거둔 것으로 보인다.
대신 TV와 가전은 최대 성수기를 맞아 전분기(영업익 3천600억원)보다 증가한 6천~7천억원 대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은 스마트폰 판매량의 경우 전분기 8천380만대와 비슷하겠지만 마케팅비용 증가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조원 초반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베스트증권 이규진 연구원은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의 견조한 판매량 유지가 예상된다"면서도 "연말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라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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