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오는 15~16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이 지난 2006년 6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푸는 정책을 이어오다가,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강한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이 이뤄졌다는 판단하에 풀었던 돈줄을 다시 조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지연이 미국 경제에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연준 인사들이 12월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연달아 내놓은 상태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0~0.25%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바뀌기에 전 세계가 이를 걱정하는 것일까?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그동안 넘치던 달러 유동성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쌀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특히 신흥국에 투자돼 있던 자금들이 빠져 나가며 신흥국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
지금껏 달러로 사들였던 신흥국의 주식, 채권 등 자산을 팔고 떠나면서 해당국가에서는 주식과 채권, 통화의 가치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달러를 갖고 들어와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을 샀던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팔아 치운 후, 다시 신흥국 통화를 달러로 환전해 나가려 하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의 수요까지 덩달아 떨어지게 된다.
아울러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피해 금,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피난을 가려는 심리도 강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얘기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이후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했으며, 중국 포함 신흥국들에서는 외환보유고도 감소 추세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도 미국이 출구전략을 썼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었다.
만일 시장이 이렇게 돌아가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글로벌 위기 이후 신흥국 기업들의 대내외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가 따라 오르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할 경우 채무부담 문제가 크게 불거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인상 속도가 중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인상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천천히 오르면 그만큼 각국이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어 부작용도 크게 줄어들 수 있는데, 다행히 연준에서는 완만한 속도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이미 기준금리 방향을 발표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KDB대우증권의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미국 물가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이 금리 정상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글로벌 유동성 환수 압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의 저유가 추세 영향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별로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다를 전망인데,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의 마이클 하젠스탑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된다 해도 한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은 경제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견조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신흥국 전체가 시스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외환방어막이 튼튼한 편이어서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에 내성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만 아니라면, 투자자금 유출에 따른 환율상승이 통화완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금리가 미국금리를 따라 올라가게 된다면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국내 장기금리는 국내 통화정책 기조와 달리 미국금리와 연계해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의 뚜렷한 개선 없이 미국을 따라 국내에서 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기업과 가계의 부채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한국 금융시장 건전성 양호…충격시 영향 제한적"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미국 금리가 인상된다 해도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해도 일시에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신흥시장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외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데다, 양자간·다자간 통화스왑 확대 등으로 금융안전망이 확충되면서 자금유출 대응능력이 상당폭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한 데다 기초경제여건도 여타 신흥시장국에 비해 안정적이어서 신흥시장국 중에서도 대응능력이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지난 9일 우리 금융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자본 적정성과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 및 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훼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업권별 건전성 지표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한층 개선돼 있어 대외충격이 와도 완충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9월말 기준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등 금융권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규제기준의 약 2~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2008년 금융위기시 손실률 등을 반영한 금융권역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라도 금융권이 적정 자본수준 및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업권별 건전성 지표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경우 건전성 제고, 유동성 확보 등을 지속 지도하겠다"며 "만일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해 금융건전성 훼손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에는 자본확충 권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