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순환출자를 활용한 대기업의 경영권 유지와 지배력 확대가 어려워진 시대를 맞아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7일 KDB대우증권의 정대로 애널리스트는 "작년 7월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시행되면서 신규 순환출자 형성 및 기존 순환출자 강화조치를 할 수 없게 됐고, 기존 순환출자 유지 자체는 현재 별도 규제 없이 공시의무 등을 통해 점진적·자발적 해소를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오는 2017년말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 등 정책 공약의 입안과정에서 기존 순환출자 역시 기간 내 의무 해소 등의 형태로 직접적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내재된 상황"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해소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고, 이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판단이다.
최근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 노력에 적극적인 모습인데, 이는 탈(脫)순환출자를 통해 정책 불확실성 해소 및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정 애널리스트는 진단했다.
따라서 이후 경영권 확대 및 세대간 승계까지 감안하면 지주회사 전환이 최선 또는 차선으로 선택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아울러 주요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위해서는 현재 국회 계류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순환출자 현황 및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물산→삼성전자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완성하고, 이후 순환출자의 일괄 해소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지난 2년간 순환출자 고리를 20개 이상 감소시켰지만 아직 '삼성물산 → … → 삼성SDI(4.8%, 4개)·전기(2.6%, 3개)·화재(1.4%, 1개) → 삼성물산'의 총 8개 순환출자가 존재한다.
정 애널리스트는 "이후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직접 규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삼성물산 중심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확고한 지배 체제를 완성한 이후 남은 순환출자의 추가 해소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및 삼성전자 투자부문+삼성SDS 합병의 방향이 될 것으로 봤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재 순환출자 고리의 내재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현대차그룹에는 '현대모비스 → … → 현대제철(5.7%, 2개)·글로비스(0.7%, 1개)·기아차(16.9%, 1개) →현대모비스'의 총 4개 순환출자가 존재한다.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지분가액 약 3조8천억원)로, 이는 그룹 경영권 유지와 직결돼 외부 매각은 불가한 상태다. 또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예산 제약으로 계열사 및 총수일가 직접 매입도 어려운 상황이란 시각이다.
이로 미뤄 볼 때 향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의 내재화로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모색할 것이란 의견이다.
즉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 현대차, 기아차가 순차적인 분할을 통해 각 투자부문이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합병 과정에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지주회사 소유 자기주식으로 내재화되며,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역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롯데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90%를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후 지주회사 전환 등 순차적 지배구조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롯데건설 보유 롯데제과 지분 1.34%(약 358억원) 직접 매입으로 그룹 내 총 416개 순환출자 중 140개(약 34%)가 해소됐고, 10월 현재 총 276개의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다.
세부내역을 보면 ①롯데쇼핑→ … 롯데제과(7.7%, 18개)→롯데쇼핑, ②롯데쇼핑→ …롯데칠성(3.9%, 12개)→롯데쇼핑 ③롯데쇼핑→ … 한국후지필름(7.9%, 53개)→롯데쇼핑 ④롯데쇼핑→ … 롯데정보통신(4.8%, 83개)→롯데쇼핑 ⑤롯데쇼핑→ … 롯데건설(1.0%, 96개)→롯데쇼핑 ⑥기타 한국후지필름→ … 롯데상사(56.8%) 등(10개)→한국후지필름, 롯데제과→ … 대홍기획(3.3%, 4개)→롯데제과 등 다소 복잡하다.
이 중 롯데리아(12.5%)∙롯데푸드(10.0%)∙한국후지필름(3.5%) 보유 대홍기획 지분(총 26%, 약 220억원. 장부가 기준)을 처리하면 비용 효율적으로 234개의 순환출자를 추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은 이처럼 90%에 가까운 그룹 내 순환출자 해소 이후 호텔롯데 기업공개 및 나머지 순환출자 해소 등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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